[제주포럼 2024] "한류 관광객들이 다크투어리즘에 관심, 과거사 재구성에 주목해야"

제주포럼 제공
"한국을 방문한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다크투어리즘의 주요 장소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로빈 웨스트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사회학과 교수는 30일 제주 ICC에서 열린 제19회 제주포럼에서 ‘다크투어리즘과 평화운동: 전쟁·분단의 역사와 기억’을 주제한 세션에서 ‘나는 다크투어리스트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류와 다크투어리즘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세션에서는 제주4․3과 비무장지대(DMZ) 등 한국의 아픈 역사가 서린 장소들을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세션은 제주특별자치도 중앙협력본부와 ㈔한반도평화포럼이 함께 주관했다.

세션에서는 해외사례 비교를 통해 역사적 비극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다크투어리즘이 평화 분위기 조성에 미치는 가능성과 한계를 논의했다.

웨스트 교수는 "제주의 4·3평화공원과 광주 5.18공원이 단순히 과거의 잔혹한 역사를 선정적으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과거사 정의와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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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를 맡은 박영균 건국대학교대학원 통일인문학과 교수는 ‘다크투어리즘과 DMZ’ 발표를 통해 DMZ를 바라보는 안보주의, 생태주의, 경제주의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는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파로호’나 ‘펀치볼’처럼 냉전시대의 흔적이 남은 명칭 대신 본래의 이름인 ‘화천호·대붕호’, ‘해안분지’라는 표현을 회복해 DMZ가 치유와 화합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잔디 ㈔제주다크투어 사무국장은 "제주 다크투어가 평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흑백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대화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다크투어리즘이 활성화된 원인이 ‘제도화된 기억’ 혹은 ‘제도화된 장소’에 포박된 역사 기억을 다시금 문화적 상상력을 통해서 전유하고 현재성과 미래성을 담은 새로운 기억으로 만들어내려는 시도인지, 역사와 문화의 대화로서 다시금 제도권의 기억으로 편입시키는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원태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은 “이번 논의가 다크투어리즘이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보는 의미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면서 “제주가 다크투어리스트들이 즐겨찾는 새로운 역사의 현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