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기업 접근 우려에 중동 AI칩 수출 제동

수출 허가 지연·국가 안보 검토
中 우회 수출 방지 목적
사우디·UAE, AI 칩 수급 차질 빚을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중국 기업들이 첨단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에 중동 지역 국가에 대한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출 허가를 늦추고 관련 국가 안보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직접 거래를 제한한 데에 이어 중동을 통한 우회로까지 사전 차단에 나서면서 중국 수출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중동 국가 AI 가속기 수출 허가 미뤄…中 견제 강도 높여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최근 몇 주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국가로 AI 가속기를 대량 수출할 수 있는 면허 발급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늦췄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해당 지역 AI에 대한 국가 안보 검토를 수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AI 가속기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할 때 필수적인 반도체 패키지다.소식통에 따르면 대량 수출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불분명하며 국가 안보 조사에 정해진 기한도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국가들이 AI 가속기의 대량 수입을 모색하고 있어 미국은 중동 지역 거래를 아우를 수 있는 대량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중동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최첨단 칩에 접근할 가능성을 우려해 이번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미국 상무부는 대(對)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중국과 40여개 안보 우려국으로 수출 허가제 대상국을 확대했다.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 방지를 위해서다. 안보 우려국에는 중동 지역 국가도 포함됐다.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와 같은 국가에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제조 도구를 배송하려면 미국 정부의 특별 수출 면허 허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이번 조치로) 수출 속도를 늦춰 첨단 반도체 칩이 해외에 배치되는 데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AI데이터센터 관리 주체에 관한 협상에도 나설 전망이다.

중동 AI 분야 진출한다지만…미·중갈등 영향 불가피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상무부 관계자는 "가장 최첨단 기술과 관련해 우리는 범부처간 프로세스를 통해 광범위한 실사를 수행하고 첨단 칩을 전 세계에 수출하려는 회사의 허가 신청을 철저히 검토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이어 "미국의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중동 및 전 세계 파트너와 협력하는 데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자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또는 중국과 협력하며 AI 분야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중동 국가들은 미·중 갈등에 지속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UAE의 AI기업 G42에 15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기까지의 과정도 지난했다. 미국 의회는 투자에 앞서 G42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G42는 중국 투자를 축소하고 "중국 정부 및 군사 산업 단지와 연결됐다"는 주장을 일체 부인하고 나서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미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 지연 소식이 보도된 이후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3.77% 하락한 1105달러에 마감했다. AMD는 0.97% 상승한 166.75달러로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 AMD, 인텔, 세레브라스 등 4개 회사는 블룸버그에 논평을 거부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