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으면 단호하게 말하세요 “내가 싫다면 싫은 거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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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2021년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요즘 세태를 이렇게 진단했다. “교양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무례한 말과 행동 역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샘 혼 지음
서은경 옮김/서삼독
424쪽|2만원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도 까다로운 일이다. 화를 내야 할까, 불편한 자리를 피해야 할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샘 혼은 “당당하게, 명확하게 말하라”고 한다. 최근 출간한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를 통해서다. 혼은 1996년 출간한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 책은 그의 10년 만의 신간이다. 책은 일종의 ‘대화 매뉴얼’이다. 각종 상황에 맞는 다양한 대화법을 담았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우아하게 대응하는 법, 기분 나쁜 농담에 담대하게 대처하는 법, 상대의 쉴 새 없는 수다를 끝내는 법, 기분이 상하지 않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건네는 법 등이다. 핵심은 단호함이다. 저자는 “상대방 기분이 상할까, 혹은 갈등이 커질까 걱정하지 말고 단호하고 솔직하게 할 말을 하라”고 강조한다. 무리한 부탁을 끈질기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다고 했잖아. 내가 싫다면 싫은 거야”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무례하게 굴라는 뜻은 아니다. 예의를 지킨 단호함이 필요하다. 무례하게 구는 상대에게 “그 말 진심이세요?”라든가 “정중하게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상대의 장황한 말을 끊고 싶을 땐 짜증을 내기보다 “이 사안을 알려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해보라고 권한다. 저자의 조언은 귀 기울일 만하다. 다만 올바른 대화법만으로 상황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해 보인다. 특히 책에 나오는 사례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실제 세상에는 더 이상한 사람이 많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이 힘을 못 쓸 때가 많다. 책 내용이 반쪽짜리 조언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