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포르노 배우 입막음' 유죄…대선 가도 '흔들'

대선 출마에는 이상無, 지지율이 변수

다음달 형량 판결에서 최대 징역 4년, 즉각 항소 전망
사진=EPA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배심원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역사상 유죄를 평결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

3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을 맡은 배심원단은 그에 대해 제기된 34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맨해튼 주민으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단은 심리 끝에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라고 평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 폭로하겠다고 나서자, 이를 막기 위해 당시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넘겨주고 비용을 법률 자문비로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단순한 회계장부 조작이 아니라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저질러진 선거법 위반 행위로도 인정됐다.

오는 7월 11일 법원이 형량 판결을 내리며, 보호관찰과 최대 징역 4년형을 받을 수 있다. 낮은 등급의 중범죄로 임에도, 전직 대통령인데다 고령에 초범이라 수감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보호관찰 명령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주 밖으로 여행하려면 담당관의 승인 받아야 한다.

전 대통령측은 곧바로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결 후 법원 앞에서 “나는 무죄이고, 이것(유죄평결)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조작된 재판”이라며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달 전당대회(15~18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될 예정이며, 대선을 치르는 데는 지장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달 ABC뉴스와 입소스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의 16%가 이번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적어도 그에게 투표하는 것을 재고 하겠다’고 답했고, 4%는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체 지지율에서 바이든 대통령(44.3%)보다 1.2% 포인트밖에 앞서 있지 않은 상황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합주의 지지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심원단 평결 직후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논평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SNS에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낼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며 “투표장에서”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고 유죄 평결을 받은 데는 12년간 그의 변호사로 일한 마이클 코언의 배신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트럼프 일가 및 기업체와 관련한 각종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온 코언은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됐는데도 이를 외면하자 수사에 협조했다. 검찰은 또 사건의 핵심 증거로 송장 11개, 바우처 12개, 수표 11개 등 34개 문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