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연습의 모든 것, 런스루와 워크스루를 아시나요?

[arte] 송용진의 Oh! 매지컬 뮤지컬

상견례와 대본 리딩으로 시작하는 연습
음악, 안무, 드라마 연습의 교차 진행
정확한 위치 선정이 중요한 안무 연습
리딩과 다양한 시도를 통한 캐릭터 이해
워크 스루와 런 스루로 완성도를 높이다
▶▶▶[지난 칼럼]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한 뒤 만나는 첫 번째 난관, 출연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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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하고 계약까지 마쳤다면 공연을 위한 연습을 시작하게 된다. 연습 기간은 일반적으로 두 달 내외로 진행되는데 오늘은 뮤지컬 연습 기간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연습은 보통 배우, 스태프의 상견례로 시작된다. 상견례는 작품을 담당하는 피디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작품에 대한 개요를 설명한 후에 각 배우와 스태프의 인사와 소감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사가 끝나면 대본 리딩(배우들이 앉아서 대본을 공연처럼 연기하며 읽는 것을 말한다)을 시작하는데,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리딩을 위해 상견례 전 약 1~2주간 음악 연습을 미리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연습은 초기에는 음악 연습, 안무 연습, 드라마 연습이 교차로 진행된다. 음악 연습은 합창 연습과 개인 연습으로 나누어지며 음악감독이 맡아서 연습을 진행한다. 배우들은 악보를 읽을 수 있도록 기초 음악 공부를 하기를 권한다. 악보를 보지 못하더라도 휴대전화 음성 녹음으로 반주와 멜로디를 녹음해서 연습할 수는 있지만, 악보를 읽을 수 있다면 음악팀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고, 작곡가의 작곡 의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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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조감독은 음악 연습에서 피아노로 반주하는데, 이를 통해 음악 감독의 지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보통 음악 조감독은 음악 연습 외에도 연습실에 상주하면서 안무나 드라마 연습에서 반주하거나 음악적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뮤지컬 제작 현장의 전반을 배우며 음악 감독으로의 입봉을 준비하게 된다.안무 연습은 넘버별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모여서 진행된다. 뮤지컬 배우를 지망하는 많은 지망생이 안무보다 노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배우들의 안무 실력이 정말 뛰어나서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안무 감독이 안무 동작을 나누어 알려주면 배우들은 세, 네 번 안에 동작을 따라가야 한다. 길지 않은 연습 기간이기에 배우들의 빠른 습득이 꼭 필요하다.

또한 춤 동작을 하면서 배우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 지를 정확히 다 외우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위치를 연습실에 표시된 무대 너비와 깊이를 표시하는 숫자로 정확히 외우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연습 중이나 극장에 가서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서 배우들이 어려움을 겪곤 한다. 춤을 추면서 정확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조명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생기고 이는 안무가와 연출가 그리고 조명 디자이너가 디자인 한 무대의 의도를 망칠 수 있으니 꼭 춤을 추면서도 정확한 위치 선정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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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안무 연습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드라마 연습이 진행된다. 초기 드라마 연습은 리딩 위주로 진행된다. 리딩을 통해 배우는 연출가가 원하는 작품의 방향성과 각 캐릭터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 기간에 배우가 분석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내용을 연출과 다른 배우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를 통해 서로 간의 의견 차이를 좁혀갈 수 있다. 이 과정은 드라마 연습하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데, 초기 리딩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연출과 배우들의 의견 차이가 좁혀질수록 이후 연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리딩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장면 연습에 돌입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안무 연습의 진도와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비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배우는 이 시기에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배우가 생각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연출과 동료 배우들에게 보여줄 때 연출가가 배우의 연기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연습은 극장에 들어가기 2~4주 전에 워크 스루(walk through)를 통해 거칠게 하나로 연결된다. 워크 스루는 공연처럼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을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배우들은 캐릭터와 공연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고, 연기로 부족한 부분이나 소품이나 의상 등의 체크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연출을 비롯한 창작 스태프들은 이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공연 시간과 템포 그리고 장면 연결에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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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스루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런 스루(run through)에 돌입한다. 런 스루는 연습실에서 최대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보통 극장에 들어가기 1~2주 전부터 연습실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런 스루를 진행하게 된다. 런 스루를 진행하는 기간 중 초반에는 각 파트의 스태프들이 참관을 온다. 각 파트의 디자이너들은 런 스루를 통해 구체적인 디자인을 완성하게 된다. 배우들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소품과 의상을 사용하고 공연장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미리 점검한다. 또한 연기의 완급 조절도 몸에 익히며 세부적으로 연기를 다듬게 된다. 창작 스태프들은 런 스루를 통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런 스루를 진행하며 부족한 부분이 추가 되거나 과한 부분이 덜어지기도 한다. 창작 스태프들은 런 스루를 보며 부족하거나 필요한 사항들을 적어두었다가 런 스루 후에 배우들에게 노트하게 된다. 파트별 노트는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연습은 보통 초반에는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5~6시에 마치는 경우가 많고, 후반으로 가면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게 된다. 요즘은 배우들이 다른 공연을 하며 연습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침 9시부터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자신의 연습이 없는 배우들도 모두 연습 시간 동안 연습실에 모여 있었는데, 요즘은 스태프들이 연습에 필요한 배우들만 불러서 연습을 시킨다. 그럼에도 연습 기간에는 개인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연습 기간은 온전히 공연 준비를 위해 매달리고 오히려 공연이 시작하면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배우와 스태프들은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치열한 과정을 거치며 연습실에서의 고된 시간을 보낸다. 그 고된 시간이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받는 박수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송용진 뮤지컬 배우 겸 연출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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