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하면 500만원" 사주한 '이팀장'…이유 밝혀졌다

'경복궁 낙서 테러' 사주한 일당 검찰 송치
숭례문도 노려…'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홍보 목적
사진=뉴스1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10대들과 "500만원을 주겠다"며 범행을 사주한 30대 총책 A 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직접 운영 중인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중 한 곳을 홍보하고 광고 단가를 올리기 위해 낙서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청 자하문로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복궁 담장 등 3곳에 스프레이 낙서 범행을 계획하고 지시한 30대 A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시받고 낙서를 한 B군(18)과 C양(17), 낙서 범행 대가로 돈을 송금해 A씨의 불법 사이트 운영을 도운 D씨(19)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검찰로 넘겨졌다. 현재까지 검거된 관련자는 총 8명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오규식 과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솔 기자
경찰에 따르면 일명 이 팀장으로 불리는 A씨는 자신의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의 광고 단가를 올리기 위해 범죄를 계획했다. 대포통장 명의 대여 등을 위해 만들어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단기 고수익 알바가 있다'며 B군에게 접근한 A씨는 "스프레이 칠을 하면 5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착수금 500만원을 약속받고 지인 C양과 함께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벼락에 락카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등 문구를 각각 폭 3.9∼16m, 높이 2.0∼2.4m 크기로 적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흰색 벤츠를 타고 이들 지켜보며 구체적으로 범행을 지시하고 감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 A씨는 낙서를 직접 한 B씨에게 "언론에 익명 제보를 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사이트 상단의 배너 광고를 크기에 따라 건당 500만~1000만원으로 책정해 판매했다.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검거 직전인 올 5월까지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5개, 음란물 공유 사이트 3개를 운영하며 도박 사이트 등에서 배너 광고를 받았다. 이를 통해 2억5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벌어 저작권법·청소년성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도 적용됐다. 작년 10월부터 이번달까지 운영되었던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들에서는 영화 등 영상 저작물 2368개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3개, 불법 촬영물 9개 및 음란물 930개가 배포·유통됐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청 자하문로별관에서 경복궁 담장 낙서 훼손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경찰은 A씨가 B군과 접촉하기 전 또 다른 미성년자 E군에게 '국보 1호' 숭례문을 비롯해 경복궁 담장,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낙서 범행을 사주한 사실도 추가로 적발했다. 사주를 받은 E군은 현장에 경찰과 행인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범행을 포기했지만, 경찰은 A씨에게 문화재보호법상 예비음모 혐의도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문화재를 노린 A씨의 범죄에 의도성이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문화유산에 낙서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에 퍼지면 광고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A씨가 생각했다"며 "숭례문과 경복궁 등 문화유산을 일부로 노려 낙서 범죄를 사주했다"고 설명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