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가락시장 정수탑, 움직이는 공공미술 작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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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공공미술 작품 개장식 진행한 '가락시장 정수탑'서울에 마지막 남은 '급수탑'인 송파구 가락시장 사거리 폐 정수탑이 높이 32m의 움직이는 거대 공공미술 작품이 됐다.
네드 칸 作 '비의 장막'·시민 100여 명 '바다의 시간'
서울시는 31일 오후 서울 가락동 가락시장 사거리에 위치한 폐 정수탑의 내·외부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한 작품 설치를 완료하고 개장식을 열었다.가락시장 정수탑은 깔대기 모양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1986년 시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약 600에 달하는 지하수 저장을 위한 고가 수조로 만들어졌다. 2004년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가동이 중단된 후 폐쇄 상태로 방치됐다.
시는 지난해 이 구조물을 '공공미술 작품'으로 바꾸기 위한 국제복합공모를 진행했다. 국제복합공모는 일반 공모와 지명 공모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당시 4명의 지명 작가과 29팀의 국내 작가가 참여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인공 폭포 '레인 오큘러스(Rain Oculus)' 등 미국의 설치 미술가인 네드 칸(Ned Kahn)의 작품이 최종 당선됐다. 시는 이후 1년여 동안의 제작 기간을 거쳐 이날 작품 내·외부 모두 시민에게 공개했다. 외부에 설치된 '비의 장막(Rain Veil)'은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건축가인 네드 칸의 작품이다. 대기의 순환으로 만들어지는 비의 물성을 담아 바람에 출렁이고 움직이는 장막을 형상화했다. 바람과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장면을 연출해, 바라보는 방향과 눈높이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의 장막'은 정수탑 상부 지름 20m, 하부지름 8m의 원을 100개의 수직선으로 연결하고 하부의 원을 122도 회전하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대로 구현해 물의 순환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차하는 100개의 선 사이에 생기는 1650개의 마름모형 틈새는 바람에 흔들리는 33만 여개의 작은 듀라비오(Durabio) 조각으로 채워 일종의 거대한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움직이는 예술작품)를 완성했다.정수탑 내부에는 바다의 단면을 형상화한 작품 '바다의 시간'이 설치됐다. 해당 작품은 30년간 높아진 바다의 수위 변화를 6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아 지역 주민과 어린이 등 100명의 시민이 직접 만든 레진아트(Resin Art) 작품이다.
작품 하단에는 '거울 연못'을 조성해 작품과 하늘을 반사하고 밤에는 4개의 색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빛을 비추도록 만들었다.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시민들과 작가가 함께 만드는 공공미술로 예술 쉼터를 완성한 도시예술의 선진사례”라고 설명했다.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버려진 시설물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버려진 공간을 재해석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더 많이 만들겠다"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