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검사장 출신이 냈다니…" 탄식 부른 '김건희 종합 특검법'
입력
수정
지면A6
현장에서“해괴망측한 법안이네요. 이성윤 의원이 낸 법안이 정말 맞나요.”
한재영 정치부 기자
법원장을 지낸 원로 법조인에게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대표 발의한 ‘김건희 종합 특검법’ 내용을 설명해줬더니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검찰 출신 다른 법조인도 “3권(사법·행정·입법) 분립을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발상 아니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주장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검사장 출신 국회의원이 발의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헌법적 조항 때문이다.이 의원은 특검이 김 여사 사건 수사와 관련된 구속·압수수색 영장 심사를 담당할 ‘전담 법관’을 지정해달라고 법원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가 자기 경기만 보는 ‘전담 심판’을 두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민주당 입맛에 맞는 영장 판사를 두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의원 측은 “요청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지만, 이를 법률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중대한 사법 행정권 침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특검을 민주당이 추천한다는 점에서 ‘판사 지정 요청’은 사법권을 침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민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니까 ‘특별판사’라도 고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냐”고 했다.
이런 중대 하자가 있는 특검법 발의에 변호사, 부장판사, 고검장 출신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18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동 발의한 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투박한 면은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며 두둔했다.오로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당이 헌법 가치를 내팽개친 사례는 또 있다. 전날 민주당이 ‘1호 법안’으로 당론 발의한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이다. 이 특검법은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2명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특검은 공무원 신분이고, 공무원에 대한 임면 권한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있다. “특검법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에서도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가 당선되지 않느냐”는 민주당의 주장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을 부정하기 위해 동원한 논리로는 너무 궁색하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각종 ‘개혁 입법’ 추진을 벼르고 있다. 문제투성이인 특검법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부·여당 공격을 개혁으로 포장한다면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