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없인 스페이스X도 없다"…머스크 사단의 '숨은 실세' [강경주의 IT카페]

[강경주의 IT카페] 139회

스타십 프로젝트 이끈 그윈 샷웰 스페이스X COO
충동적인 머스크 대신 협상…NASA 협력 주도
스페이스X 위기 땐 직접 발로 뛰며 수주 따내
머스크·넬슨 NASA 국장, 샷웰 COO 무한 신뢰
스페이스X 호손(Hawthorne)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윈 샷웰 COO / 사진=스페이스X
우주 산업은 기술 안보와 막대한 투자 비용 때문에 정부 협력 없이 진출이 불가능한 분야다. 고위 관료와의 관계 설정, 즉 '대관 능력'이 사업 지속성을 담보한다는 얘기다. 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회사가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의 2인자'로 불리는 그윈 샷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충동적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꼿꼿한 미 항공우주국(NASA) 사이에서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하며 우주 발사체 시장을 석권했다. 오는 5일(현지시간) 발사하는 '스타십' 역시 샷웰 COO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민국도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업계에선 '스페이스X'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네번째 시험비행 앞둔 스타십…샷웰의 위기 관리 능력 주목

31일 과학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은 오는 5일 네 번째 시험비행에 나선다. 스타십은 지난해 4월, 11월 지구궤도 시험비행에 나섰지만 각각 4분, 8분 만에 공중 폭발했다. '스타십 회의론'이 퍼지자 샷웰 COO은 직접 나서 NASA와 언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샷웰 COO가 시간을 번 사이 머스크 CEO가 기술 문제 해결에 집중했고, 지난 3월 14일 세 번째 시험비행에서 스타십은 48분간 비행하며 궤도 도달에 성공했다. 우주 비행 후 첫 재진입, 페이로드(적재함) 문 개폐, 성공적인 추진제 이송까지 여러 '최초'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의 상단부(Ship 25)가 땅을 향해 화염을 내뿜고 있다. 실험은 스타십 상단부를 지면에 고정한 채 '랩터' 엔진 6개를 5초 동안 점화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 사진=스페이스X 인스타그램
다만 우주 비행 후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공중 분해된 것으로 추정돼 숙제를 남겼다. 샷웰 COO는 안정성을 높이고 비행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실행했다. 스페이스X는 네 번째 시험비행에서 궤도 도달 후 스타십과 슈퍼헤비의 귀환 및 재사용 능력 입증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네번째 시험비행의 성공 기대가 높아지면서 샷웰 COO의 위기 관리 능력이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그녀가 있었기에 스페이스X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최근 미 공영 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 "샷웰 COO가 있어 스페이스X는 머스크 CEO의 좌충우돌식 경영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머스크 CEO가 직접 경영했다면 NASA는 스페이스X와 협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를 대표해 미 정부의 우주정책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도 머스크 CEO가 아니라 샷웰 COO다.

샷웰은 누구?…머스크 사단의 '숨은 실세'

1963년생인 샷웰 COO는 뇌과학 의사와 예술가 부모의 세 딸 중 둘째로 태어나 미국 일리노이 주 리버티빌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성적과 운동 실력이 뛰어났지만 우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연히 일리노이공대에서 연 미국여성엔지니어협회 토론을 방청한 후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결정했고, 노스웨스턴대로 진학해 기계공학(학사)과 응용수학(석사)을 전공했다. 졸업 후 샷웰 COO는 크라이슬러에 입사해 대기업 시스템을 경험했다. 에어로스페이스코퍼레이션으로 이직해선 저가형 로켓 개발 관련해 많은 논문을 작성하먀 우주 엔지니어로서 경력를 쌓았다. 마이크로코즘이라는 스타트업으로 옮긴 후엔 회사의 경영 결정권자로서 기업 운영과 대관, 연구개발(R&D), 세일즈, 마케팅 등 여러 능력을 습득했다.
강연을 하고 있는 그윈 샷웰 COO / 사진=스페이스파운데이션
머스크 CEO와의 만남은 운명적으로 찾아왔다. 스페이스X로 이직한 동료를 보러 갔다가 그를 만난 것이다. 머스크 CEO는 샷웰 COO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의 온화함, 천재성, 업무 능력 등을 단번에 파악했다. 인류가 화성에 갈 것이라고 공언한 머스크 CEO의 꿈을 관료와 학계는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샷웰 CEO는 진지하게 경청했다. 머스크 CEO는 곧바로 그녀에게 스페이스X 부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샷웰 COO도 머스크의 포부가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샷웰 COO는 2002년 스페이스X 초기 멤버로 합류하며 직원 넘버 '7'을 부여 받고 머스크 CEO의 오른팔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샷웰 COO의 진가가 드러난 건 2000년대 후반이었다. 스페이스X가 연이은 발사 실패로 휘청이자 NASA와 우주 기업들을 직접 만나 발로 뛰며 발사 대행 수주를 따내 파산 위기를 모면했다. 머스크 CEO는 샷웰에게 무한 신뢰를 드러내며 2008년 사장 겸 COO로 승진시켰고 회사 운영 전권을 맡겼다. NASA에서 머스크가 전기차, 바이오, 금융, 에너지 등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우주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자 샷웰 COO가 직접 진화해 '대관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재차 증명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도 넬슨 국장이 "우주 탐사가 지장을 받지 않겠는가"라며 의구심을 나타태자 샷웰 COO가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NASA를 안심시켰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스페이스X 성공 이끈 1등 공신

그윈 샷웰 스페이스X COO / 사진=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운영은 두 축으로 나뉜다. 머스크 CEO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우주 탐사 목표를 제시한다. 그는 공장에 방문해 공정을 단순화하고 부품 개수 최소화 방법을 찾는 등 엔지니어링을 총괄한다. 샷웰 COO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머스크 CEO 옆에서 현실적으로 판단하며 균형을 맞춘다. 우주산업에 가장 중요한 대관을 비롯해 예산, 인력 공급, 기술 격차 유지, 정치적 외압 등 바람 잘 날 없는 스페이스X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뛰어난 위기 관리으로 신생 업체가 발 붙일 곳 없는 우주 업계에 스페이스X를 안착시킨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스페이스X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머스크 CEO와 달리 성품이 온화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강해 사내 구성원 충성도도 높다. 샷웰 COO는 미국 경제매체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우주항공청이 출범한 만큼 정부와 민간 기업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줄 샷웰 COO 같은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화성에 도착하는 스타십 상상도 / 사진=스페이스X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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