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파이 지정' 체스전설 카스파로프에 기소 으름장

러시아 수사당국은 '체스 전설' 가리 카스파로프(60)를 '외국 대리인'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고 2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밝혔다.

이들은 혐의사실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카스파로프가 최고 2년 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직후 카스파로프를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은 외국의 지원을 받거나 외국 영향을 받아 러시아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스파이를 일컫는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과 언론, 단체가 대거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되고 있어 반정부 운동 탄압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련 시절인 1963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태어난 카스파로프는 1985년 22세에 세계 최연소 체스 챔피언으로 등극, 20년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역대 가장 뛰어난 체스 선수로 꼽히는 그는 1996년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체스 대결에서 승리했으나 이듬해 재대결에서는 패했다.

2005년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인권운동가로 변신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반정부 운동에 앞장서다가 2014년 러시아를 떠나 해외에 망명 중이다. 러시아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반정부 성향 언론인 예카테리나 둔초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동원된 예비군 아내들의 모임 '집으로 가는 길'과 이 단체에서 시위를 주도한 마리아 안드레예바, 독립 언론 '소타' 등을 새롭게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둔초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항해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려고 했지만 제출 서류에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그는 외국 대리인으로서 앞으로 다른 공직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