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산분리 완화 재시동…"네거티브 전환도 검토"

이달 은행권에 의견수렴…미·일 등 글로벌 금융사 비금융업 진출 활발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에 다시 시동을 건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비금융업 진출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앞서 제기됐던 골목상권 침해 우려 등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수렴의 시간을 거쳤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일 "금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은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과 부수업무 범위가 대표적인데,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 규제의 해석을 넓게 하는 방식부터, 완전히 '진출 불가 업종'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기준을 현행 금융업종 관련성 외에 효율성 기준 등을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를 현행 고유업무와 유사한 업무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등이 검토 대상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금융산업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만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취임하면서, 우리 금융산업에도 BTS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약 40년간 걸어 잠가온 금리분리 규제 빗장을 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력과 영업력으로 무장한 은행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따져보기 위해 추진 시기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1호 혁신금융서비스(규제 특례)로 인정받았던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 출시 때도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고, 이달 은행들과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과 비금융사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흐름 속에서 금융회사의 비금융 분야 진출 필요성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비대면 시대 은행 등 금융회사의 본질이 달라짐에 따라 은행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서다.

이미 해외에서는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길을 열어주고 있고,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비금융업 진출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금융당국은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2020년 코로나19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사회 구축을 위해 은행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물론 적극적 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영개선과 사업 재생지원 등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은행의 업무 범위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은행들은 비금융업 진출 시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은행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업종, 지역기업의 성장 지원에 필요한 업종 등 은행 본업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 등 지역 경제발전에 주요 목적으로 두고 진출을 추진해왔다.

미국 JP모건체이스는 최근 8천만명에 달하는 자사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맞춤형 광고 사업 플랫폼을 출범했다.

이 광고 플랫폼을 통해 광고주는 소비자의 관심사에 따라 직접 소통하는 동시에 JP모건 체이스 고객에게 맞춤형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JP모건 체이스는 매출 증가, 결제 충성도 항상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금융연구원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