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 평결 후 하루 후원금 5300만달러 몰려

소액 기부자 급증해 기부 금액 '신기록'

월스트리트 고액 자산가들 지지선언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자가 뉴욕 트럼프타워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후 열성 지지층과 고액 자산가들의 후원금이 몰려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최근 열세였던 선거자금 레이스에서 유죄 평결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유죄 평결이 내려진 30일 저녁 이후 24시간 동안 5280만달러(약 730억원)의 후원금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모금한 5800만달러(약 8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하루 만에 쓸어 담았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기부자의 약 30%가 선거자금 후원 사이트 '윈레드닷컴'을 통해 처음 후원금을 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로운 기부자를 확보할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트럼프 캠프는 그동안 각종 소송 비용으로 80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려왔다. 최근 모금액에서도 바이든 캠프에 열세를 보였다. 지난달 판결 전까지 바이든 캠프는 5월 8400만달러를, 트럼프 캠프는 4900만달러를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외에도 1억달러가 민주당과 공유하는 계좌에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공화당 계좌로 보유한 선거자금 총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현지 매체는 "(트럼프 캠프) 모금액의 정확한 숫자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유죄 평결이 대선 레이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유죄 평결이 것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지갑을 열게한 것이며 민주당 측은 이번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죄 평결 이후 뉴욕 월가의 주요 인사들의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배심원 평결 직후인 지난 30일 저녁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열린 트럼프 캠프의 모금 행사에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와 WABC 라디오의 소유주인 존 카시마티디스 등의 고액 기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AFP
벤처캐피탈 기업 세쿼이아의 숀 맥과이어 파트너는 자신의 SNS에 "평결 이후 트럼프 캠프에 3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이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 지지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빌 애크먼도 자신의 SNS애 "미국 사법 시스템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됐다"고 비판한 론 디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같은날 맨해튼에서 열린 회사 전·현직자 모임에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이 7400만명에 달한다"며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금융권 뿐만 아니라 카지노 재벌 미리암 아델슨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고, 주요 석유·가스 등 에너지 대기업들이 고액 기부 행렬에 참여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지지층도 결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평결을 비난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에 대해 "(그에게)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주어졌었다”며 “평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것이 조작됐다고 말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유죄평결 직후인 지난 30일 민주당 후원 사이트인 액트블루를 통해 1시간에 130만 달러(약 18억원)가 모이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