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 한다면서"…서비스 수출 스타트업 32%는 신고도 안했다

콘텐츠 스타트업 A사는 해외에 콘텐츠를 판매한 후 이를 수출 실적으로 인정받으려다 실패했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수출했는데, 플랫폼을 운영하는 B사가 신고 실익이 없다며 실적 신고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A사는 콘텐츠 수출에 성공하고도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에서는 소외됐다고 호소했다.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 솔루션과 콘텐츠 등을 앞세워 서비스 수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엔 제대로 된 스타트업 수출 통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서비스와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만큼 전통 제조업 중심의 현행 수출 지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접수출 기업 54% “신고 안해”

2일 한국무역협회가 ‘스타트업 수출 현황 및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수출 실적이 있는 스타트업 34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서비스를 직수출한 기업 10곳 중 3곳(31.5%)은 수출 실적을 신고조차 안 했다. 22.2%는 수출신고 절차 자체를 몰랐고, 9.3%는 신고에 들어가는 노력 대비 인센티브가 약해 신고를 포기했다. 플랫폼 등을 통해 서비스를 간접수출한 스타트업들은 53.8%가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전통적인 제조업 수출은 의무 통관 절차를 밟아 관세청 데이터로 파악되지만, 스타트업들이 주로 수출하는 소프트웨어(SW)나 콘텐츠 등은 수출 경로가 다양해 일률적인 집계가 어렵다. 그래서 회사가 직접 무협 등에 신고해야하는데 이 절차에 구멍이 뚫려있는 셈이다. 진형석 무협 스타트업글로벌성장실 차장은 “수출 지원과 정책 수립에 활용할만한 개별 기업의 수출 정보가 일부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체 무통관 수출액 중 실적 증명 발급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 게임 스타트업은 구글플레이를 통해 수만불을 해외에 팔고 실적을 신고했지만 신고에 투입한 시간 대비 스타트업에 적합한 수출 인센티브를 찾아내지 못했다. 수출 지원 선호도 조사에서 스타트업들은 수출바우처를 선호도 1위로 꼽았지만, 바우처 메뉴 대부분은 제조업 등 전통 수출방식에 편중됐다. 14개 수출바우처 메뉴 중 6개는 서비스 수출 회사가 혜택받기 어려운 항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이 빠듯한 스타트업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유인이 없다”며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스타트업 수출 지원 정책을 어떻게 짜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스타트업 특화 제도 필요”

이번 조사에서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수출 애로사항으로 현지 네트워크 부족(51%), 투자 유치 부진(40%) 등을 1,2순위로 꼽았다. 일반 중소기업들은 무협 해외지부나 KOTRA 무역관 등 채널이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들은 현지 사업성 검증을 위한 현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글로벌 콘퍼런스 등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미국 국제가전전시회(CES) 등 일부 행사에 쏠림 현상이 심하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지원한다며 일부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현장에선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솔루션 스타트업은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 사절단 준비에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을 쏟았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쳐 글로벌 진출을 보류했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사절단으로 며칠 와서 둘러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장기간 거주하면서 네트워크를 쌓아야한다”며 “맞지도 않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억지로 돌리는 것보다 창업가들을 현지에 모아 3~6개월 시간을 주고 커뮤니티 빌딩을 시켜주는 게 낫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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