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새 길 열었다"…미국서 호평 받은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 ASCO 현장인터뷰

이중항체 1상 중간결과 공개
빅파마 실패한 '4-1BB' 타깃
효능 뛰어나고 간 독성 없어
전 세계 암 연구자 4만여 명이 모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한 임상 성과에 이목이 쏠렸다. 주인공은 한국 바이오벤처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ABL503’이었다. “기존 면역항암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ASCO 2024’ 행사장에서 만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사진)는 “쟁쟁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실패한 영역에서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에이비엘바이오의 ABL503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체계(4-1BB)와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단백질(PD-L1)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동안 암 연구자들이 주목해온 지점은 4-1BB였다. 4-1BB는 키트루다, 옵디보 등 블록버스터 신약이 표적하는 PD-L1 못지않게 다국적 제약사들이 눈여겨보던 표적이다.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하지만 간 독성 부작용이 심각해 항암제로 개발하기 어려웠다.

BMS, 화이자, 사노피 등이 4-1BB 항체를 개발하다가 부작용 때문에 임상을 중단했다. 이 대표는 “4년 전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20개가 넘는 4-1BB 이중항체 성과가 발표됐지만 대부분 임상에서 간 독성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번에 공개한 임상 1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ABL503은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면서도 고용량을 투여했을 때 간 독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재발성 및 불응성 고형암 환자 26명에게 두 가지 용량(3·5㎎/㎏)으로 나눠 투여한 결과 7명(26.9%)에게서 객관적 반응률(ORR)을 얻었다. ORR은 종양이 일정량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을 말한다. 여섯 차례 치료에 실패한 난소암 환자에게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R)가 관찰된 사례도 있었다.이날 글로벌 선두주자 젠맵도 4-1BB 이중항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승리를 거뒀다. 이 대표는 “ABL503은 경쟁 약물 대비 3~4배 많은 용량을 투여했음에도 간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4-1BB 약물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다국적 제약사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시카고=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