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시행 1년…퇴직연금, 보험사가 제일 잘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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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지정운용제도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퇴직연금 내에서 가입한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금융상품에 자동으로 투자되는 제도로 ‘디폴트옵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안정적 수익률을 제공해 근로자들의 은퇴자금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익률 평가 보고서
보험업권 운용성과 우수
평균수익률 11.91% 기록
증권은 10.23%로 2위
은행은 전체 평균 밑돌아
지정적립금 비중은
은행이 84.3%로 압도적
작년 말 143조원 규모로 성장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는 2022년 7월 도입됐다. 1년간 시범 운영 후 2023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이 제도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주요국에서 운영하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모델로 삼았다. 연평균 6~8%의 안정적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분기별로 수익률과 운용 현황이 공시된다.
보험연구원의 ‘사전지정운용상품의 선택 현황과 수익률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3010억원이던 지정적립금은 같은 해 12월 12조5520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 말 기준 은행업권 비중이 84.3%로 가장 높았다. 근로복지공단 비중이 7.6%로 2위며 보험(4.7%), 증권(3.3%)이 그 뒤를 이었다.DC형과 IRP의 총액은 143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정적립금은 8.7%를 차지한다. 금융회사별로 보면 DC·IRP 총액 대비 지정적립금이 가장 많은 곳은 근로복지공단으로 23.1%를 차지했다. 은행도 11.6%로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보험과 증권은 각각 3.7%와 1.3%로 다소 낮았다.
운용상품별로는 초저위험 상품 비중이 89.9%로 가장 높았으며, 저위험 5.4%, 중위험 3.2%, 고위험 1.4% 순이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많았다는 의미다.
보험업권 위험관리 우수
사전지정운용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정적인 수익률이다. 2023년 12월 기준 1년 운용수익률은 평균 10.13%를 기록했다. 자산의 위험수준별로는 초저위험 상품이 4.56%, 고위험 상품이 14.22%를 나타내며 위험이 클수록 수익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업권별로는 보험업권이 11.91%로 가장 높았다. 보험은 초저위험 4.83%, 고위험 14.7%로 모든 위험 수준에서 다른 업권을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운용성과에서 보험업권이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은 퇴직연금사업자의 관리 및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증권의 수익률이 10.23%로 2위를 달렸다. 은행은 9.17%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보험연구원이 수익률 표준편차를 통해 업권 간 위험관리 수준을 분석한 결과, 보험업권이 다른 업권에 비해 위험상품에서 표준편차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업권이 고위험 상품에 대해 효과적인 위험관리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정적립금과 적용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투자 위험 분산과 자본시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퇴직연금사업자가 제도 도입 목적에 맞게 자산운용 기관 및 투자 상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의 지배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