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또 오물 풍선…"감내하기 힘든 조치" 빈말에 그쳐선 안된다

북한이 그제 밤부터 어제까지 대남 오물 풍선을 또 무더기로 살포했다. 며칠 전 260여 개를 내려보내더니 이번엔 전국에서 700개 넘게 발견됐다. 닷새째 이어진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초대형 방사포 18발 발사 등 치밀하게 계획한 듯 착착 진행한 것으로 봐 또 어떤 변칙적이고 저열한 도발을 자행할지 모르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의 풍선 도발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타이머 장치가 부착돼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 터지도록 돼 있는 데다 GPS 교란까지 일으킨 것은 여차하면 우리 방어망을 무력화하고 풍선에 폭탄이나 생화학 물질을 넣어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풍선이 경남까지 내려간 것을 보면 북한의 이런 비정형 도발 대상이 전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우리 사회 내부에 공포감을 조장해 대북 전단 살포 반대 여론을 자극하고, 남남 분열까지 노리는 심리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내려보낸 오물 풍선은 무력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칫 우리 군 장병과 민간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대응하기 어려운 이른바 ‘회색지대 도발’의 노림수도 있다.

우리의 대응이 미덥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GPS 교란만 하더라도 우리 어민의 조업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군과 항공에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GPS 오작동으로 우리 어선이 월경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당연한 조치다. 대표적 대북 심리전인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아킬레스건’이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고사포 발사를 자행하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단호하게 실행에 옮기되 북한의 허를 찌르는 도발 등 강도 높은 위협이 예상되는 만큼 만반의 대비태세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