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공포, 오히려 기회"…위기 빠진 분유 회사의 '파격'

저출산 공포에 '분유 회사'도 결국…CEO '파격 선언'
네슬레 "미래 먹거리는 노인 시장"
사진=네슬레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심화하면서 분유 회사들이 새로운 사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160년 전통의 글로벌 분유 회사 네슬레 또한 최근 고령 인구를 겨냥한 제품을 확대하며 노인 식사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일(현지시간) 울프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최고경영자(CEO)는 고령 인구를 위한 식사를 개발하는 것이 주요 우선순위가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그는 “세계적으로 저출산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향후 10~20년 동안 50세 이상 인구가 많이 증가할 것”이라며 “노인 식사 시장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프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CEO / 사진=네슬레
슈나이더는 50세 이상의 연령층이 요구하는 요소들을 네슬레가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네슬레는 목표 체중 유지, 근육량 보존, 미량 영양소 결핍 방지, 혈당 수치 조절 등 중장년층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타깃 고객층을 중장년층으로 확대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네슬레뿐만 아니라 다논, 마스 등 대형 식품 기업들은 식품 부문 이외에 전문 영양식, 반려동물 식품, 커피 등 성장 속도가 빠른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헬스케어 회사들 역시 식품 쪽으로 발을 넓혔다. 슈나이더가 CEO로 있었던 독일 헬스케어기업 프레제니우스는 지난 몇 년간 강화 음료, 단백질 파우더, 비타민, 보충제 등 영양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회사의 첫 의약품인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를 론칭하기도 했다.현재 네슬레의 포트폴리오 중 성인 및 의료 영양 분야는 30%를 차지하는데 이는 경쟁사인 다논(20%)보다 더 높다. 유아용 조제분유 생산을 포함한 식품 카테고리는 지난해 네슬레 수익의 15%를 차지했다. 다논은 해당 부문이 전체 수익의 절반에 달한다.
네슬레 하이프로틴 부스트(사진=네슬레)
슈나이더는 내부 인사를 CEO로 임명하던 네슬레의 전통을 깨고 2016년 임명된 최초의 외부 출신 CEO다. 그는 “네슬레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영유아 영양 분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더 큰 인구통계학적 기회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다만 작년 10월 중국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이유로 중국에 있던 아시아 수출용 분유 공장을 폐쇄한 조치는 ‘실수’라고도 인정했다. 슈나이더 CEO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실수로 인해 기회를 완벽히 포착하지 못했다”며 유아용 조제분유 시장 점유율을 잃은 것을 예로 들었다.슈나이더는 비만 치료제의 증가가 노인 인구를 위한 식품을 개발하는 회사에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 연구에 따르면 GLP-1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이에 네슬레는 GLP-1 복용자에게 맞게 출시된 즉석 식사 라인 ‘바이탈 퍼슈트’를 출시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반려동물 시장도 같이 커질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슈나이더 CEO는 “반려동물이 ‘완전한 자격을 갖춘 가족 구성원’이 되면 시장 프리미엄화도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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