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원 아람코 주식, 수시간만에 '완판'…사우디, 자금압박 완화

은행 상대 주당 9천800~1만700원 판매…네옴 등 프로젝트 지원 '탄력'
17조 원 상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식 매각이 거래 개시 수 시간 만에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0억 달러(16조 6천억 원) 상당의 아람코 주식 매각은 이날 예약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팔렸다.

이로써 대규모 프로젝트들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사우디 정부의 계획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투자자 수요가 몰렸고, 26.70 리얄(9천800 원)에서 29 리얄(1만700 원)의 가격대에서 판매된 아람코 주식 물량은 금세 동이 났다. 이날 매수에 참여한 은행들은 오는 6일까지 기관 주문을 받아 다음날 주식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다.

이어 9일부터 사우디 리야드 증시에서 이들 물량에 대한 거래가 시작된다.

해외 투자자들이 얼마나 참여했는지는 바로 알 수 없었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문서에는 사우디 및 해외 투자자가 섞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 대상 주식 수는 15억4천500만 주로, 전체 지분의 0.64%에 해당한다.

사우디 정부는 옵션을 행사해 추가로 12억 달러(1조6천600억 원)를 더 조달할 수 있다.

아람코 주식은 동종 업체들에 비해 높은 배당 수익률로 매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아람코의 배당 수익률은 6.6%로, 셰브런의 4.2%, 엑손모빌의 3.3%보다 높다.

아람코가 2019년 기업공개(IPO)를 했을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대체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에 불만을 가졌고, 사우디 내 투자자들이 주로 매수에 참여했다.

당시 294억 달러(40조7천억 원) 규모를 상장하면서 1천60억 달러(147조 원) 상당의 주문을 끌어냈고, 주식의 약 23%가 외국인 매수자에게 할당된 바 있다.

현지 증시에 상장된 아람코 주가는 이날 1.9% 하락해, 회사 시가총액은 약 1조8천억 달러(2천491조 원)에 달했다.

아람코 주가는 블룸버그통신이 지분 추가 매각 의향을 처음 보도한 올해 초 이후 약 14% 하락했으며, 현재 1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주식의 82%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Public Investment Fund)가 별도로 16%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일반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1년 사우디 정부가 앞으로 더 많은 아람코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은 아람코가 상장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주식 매각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매각 대금으로 신도시 네옴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스포츠, 관광 등의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들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는 석유 고갈에 대비해 이들 대형 프로젝트를 대거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아람코 주식의 성공적인 매각을 통해 단기적인 자금 조달의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연대 세력인 OPEC+(OPEC 플러스)는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위해 현재 원유 감산량을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