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 악명 높던 폐암…"신약에 정복 당하는 중" 반전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신약 투약 사례
사진=게티이미지
신약의 등장으로 한 때 사형 선고로 여겨졌던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폐암 사망률은 췌장암보다도 높은 것으로 악명 높았다. 지난 30년 동안 건강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율이 올라가면서 치료되는 환자가 늘었고, 흡연율의 감소와 전반적인 폐암 발생률은 떨어졌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암 콘퍼런스의 사례 발표에 따르면 표적 치료제나 면역 항암제를 통해 수개월 또는 수년간 암을 퇴치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임상종양학회 컨퍼런스에서 암 전문 의료진들은 폐암 치료 사례들을 활발하게 공유했다. 보도에 따르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고 알려진 소세포폐암 등에 대한 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확장병기 소세포폐암의 경우 환자 가운데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이 3% 미만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약물 타그리소는 일부 3기 환자의 경우 화학 요법과 방사선 단독 요법보다 폐암을 거의 3년 더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그리소는 미국 폐암의 15%에서 발견되는 EGFR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는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전이가 빠르고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소세포성 폐암 진단을 받은 일부 환자가 같은 회사 면역치료제인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로 2년 가까이 더 오래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종류의 폐암에 대해선 수십 년 만에 첫 진전이다. 안젤라 드미셸 펜메디슨(펜실베니아대 병원) 박사는 “과거엔 예후가 매우 나빴고 결코 치료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치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종양 유전자 표적 치료 신약인 로브레나를 활용한 실험에선 이 약을 사용한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성 환자의 60%가 암의 진행이 멈춰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형 항암제를 복용할 경우 환자의 생존률이 8%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신약인 타그리소, 임핀지, 는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이다. FDA가 지난 5월 승인한 암젠의 임델트라도 진행성 소세포 폐암 치료제다. 이 약물의 중앙 생존 기간은 14개월이었으며, 환자의 40%가 치료에 반응했다. 임델트라는 환자의 면역 T세포를 활성화해 DLL3(델타유사리간드3)가 발현된 암세포를 공격하는 최초의 이중 항체 신약이다. 다만 이번 승인은 정식 승인이 아닌 가속 승인이다. 가속 승인은 질병 치료를 위해 임상 2·3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신속하게 도입하는 제도로, 부족한 추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면 정식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매년 23만4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폐암 진단을 받고 이 가운데 한 해에 약 12만5000명이 사망한다. 미국 폐 협회에 따르면 폐암 생존율은 지난 5년 동안 약 20% 높아졌다. 폐암 환자의 약 4분의 1이 진단 후 5년이 지나도 생존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