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개인전만 4번…"너무 잦다"는데도 계속 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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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제이갤러리 '뉴 웍스'서용선(73)은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시를 연 작가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개막한 서울 아트선재센터의 대규모 전시를 시작으로 1년 새 연 개인전만 4회. 페이스갤러리와 김종영미술관 등 단체전까지 합치면 총 전시 횟수는 6회에 달한다. 더 놀라운 건 매 전시마다 새로운 성격과 내용의 신작들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평균적인 작가들의 두 배가 넘는 생산력이다.
6월 23일까지
지금 서울 청담동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뉴 웍스(New Works)’는 아예 신작만으로 꾸린 전시다. ‘새로운 작업’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품 18점 모두 최근 완성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가 1980년대 시작해 지금까지 40년 넘게 그리고 있는 ‘도시’ 연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을 비롯해 중국의 베이징, 뉴욕의 맨하탄, 독일의 베를린 등 등 작가가 세계 각국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주친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다.트램 내부, 지하철역 앞 등 대중교통과 관련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도시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가 다른데, 대중교통은 이를 포착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뉴욕 지하철은 지하 공간이 많아 그림 색채가 어두운 반면 호주는 지상으로 달리는 트램이 많아 대체로 색이 밝다. 이런 환경은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전시를 너무 자주 여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시를 자주 열면 그만큼 작가에 대한 신비감과 각 전시에 쏠리는 관심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다. 하지만 서 작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2008년 온전히 그림에 집중하기 위해 정년이 10년이나 남은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직을 스스로 그만둔 사람답다.
서 작가가 70대의 나이에도 이토록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뭘까. 그는 “그림은 자신이 보는 현실을 화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캔버스 화면으로 가져오는 과정이고, 그래서 나에게 그림이란 자기 존재의 확인”이라고 말한다. ‘그림은 곧 나의 삶’이라는 얘기다.그 말대로 서 작가는 상업성이나 유행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고수한다. ‘예쁘지 않은 작품’인데도 그의 작품이 미술계와 애호가들에게 널리 인정받는 이유다. 전시는 2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