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포기할래요"…둔촌주공 집주인들 분통 터트린 이유

둔촌주공 단지 내 중학교 무산에 '분통'

중학교 부지 공공 공지 전환 검토
입주 예정자들 “학령기 인구 더 많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의 모습. 한경DB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이 입주를 앞두고 중학교 신설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예정된 중학교 부지가 공공 공지로 전환된다는 소식에 입주를 앞둔 학부모 사이에선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는 단지 내 중학교 신설이 예정된 학교 용지를 공공 공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 공지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땅을 의미한다. 향후 단지 입주가 진행되면 나중에 용도를 정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단지내 중학교는 2014년 조합과 교육청이 학교 용지 기부채납 협약을 맺으면서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분양 당시에도 단지 내 학교를 염두에 두고 청약에 나선 계약자가 다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단지 내 중학교 수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시 교육청은 계속되는 입주 예정자들의 항의에 인근 한산중 이전 대신 도시형 캠퍼스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결과에 반하는 내용이어서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게 됐다.

입주 예정자들은 학교 신설 무산의 근거가 된 학령기 인구 추계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입주예정자협의회에 따르면 교육부의 심사 근거는 2023년 2월 이전 계약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심사 당시 학령기 인구는 1096명이었는데, 협의회는 최근 자체 조사한 결과 2028년 개교 기준 학령기 인구가 3000명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다양한 대안을 입주 예정자들이 제시했는데, 반영된 것이 없다”며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갑자기 학교를 만들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하면 입주 예정자들의 재산권 침해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올림픽파크포레온은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 대단지로 조성돼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서울 내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정부의 방침대로 학교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앞서 60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도 앞서 중학교 용지를 공공 공지로 전환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분양 때 중학교를 기대했던 입주 예정자들에겐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는 문제”라며 “둔촌주공이 문제가 될 정도면 향후 재건축하는 단지들도 비슷한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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