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대주주 우려에…제4인뱅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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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와 중소기업 대출 전문' 표방하지만
업계선 "중기대출, 경험·인력 없인 위험" 지적
적자 회사들이 수천억 투자 가능할지도 우려
"기존 인뱅 재평가부터" 당국, 연내 인가 '선긋기'
네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신한은행과 현대해상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가권을 쥔 당국과 금융권에선 이들의 수익모델과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제기됩니다.
전범진 기자입니다
네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기업 컨소시엄은 총 세 곳.
이들은 각각 현대해상과 손잡은 온라인 대출 중개업체 렌딧, 우리은행의 참여를 확정한 한국신용데이터, 신한은행과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 데이터 관리업체 더존비즈온이 운영합니다.세 컨소시엄 주도기업들은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중저신용자와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인뱅이 되겠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하지만 금융권 내부에선 경험과 인력이 없는 IT 업체들이 실사 능력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중저신용자 및 중소기업 대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존 인뱅들도 당국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겨우 채우거나, 미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인가를 획득한 뒤 안정적인 담보대출이나 정책대출 중심으로 영업하는, 정책 취지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기존 인뱅들도)시간이 지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커지는 등 시중은행과의 차별화에서 아쉬운 점이 발견되지 않습니까? 컨소시엄들이 정교한 평가모형을 준비했다 하더라도, 중소기업대출 전문 은행으로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느냐는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주주 요건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기존 금융사는 인터넷은행 지분의 최대 15%만 보유할 수 있어, 결국 최대 34% 보유가 가능한 대주주들이 수년간 적자를 감내하며 자본금을 납입해야 합니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모두 2조원 이상의 자본금이 투입됐는데, 더존비즈온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 기업인 현 컨소시엄 대주주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는게 당국의 우려입니다.
참여 컨소시엄 측에선 당국이 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설득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자신들의 투자유치계획과 신용평가모형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저희 ERP(기업 자원관리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양질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에 신용평가를 받지 못했던 기업들이 (신용)등급이 나오게 됐고, 실제로 이 모델을 갖고 매출채권 팩토링(유동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전에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한 재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사실상 연내 인가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편리한 어플과 유리한 조건의 금융상품으로 은행권 내 확실하게 자리잡은 인터넷은행
하지만 컨소시엄들이 당초 인뱅의 취지인 '금융권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전까진, 4번째 선수로 링에 오르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국경제 TV 전범진입니다.
전범진기자 forward@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