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B에 '뭉칫돈'…원금 보장에 중수익 매력

올들어 발행액 ELS 첫 추월

7조2436억 몰려…예년의 2배
홍콩 ELS 사태 이후 주목 받아
보장형 상품 중에서 금리 높은 편

기초자산값 따라 수익률 결정
지수 초과 상승땐 되레 덜 받기도
올 변동성 큰 '종목 ELB' 급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액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발행액이 처음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을 넘어섰다. 최근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예전보다 원금 보장 상품을 많이 찾으면서다. 다른 원금 보장 상품에 비해 시장금리가 높다는 점도 ELB가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꼽힌다.

ELB 발행, 올해 사상 최대 될 듯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ELB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5% 늘어난 7조243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같은 기간 ELS(6조5930억원)보다 발행액이 많았다. 올해 ELB 발행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최근 10년 동안 매년 1~5월 ELB 발행액은 평균 4조8775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발행액은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ELB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를 기준으로 수익 조건을 정한 파생상품이다. 여기까지는 ELS와 같다. 하지만 ELB는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ELS와 큰 차이가 있다. 수익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무이자 예금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는 물가상승률만큼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만 유의하면 된다. 최근 ELB는 수익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자에게 적게는 연 환산 4~7%, 많게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준다. ELB의 만기는 1년 안팎으로, 보통 2~3년인 ELS보다 짧다.

최근 ELB의 인기가 높아진 건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파생상품 위험(리스크)에 대한 투자자의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송영선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도 ELB 발행이 늘어난 원인”이라며 “ELB를 판매한 증권사가 투자자의 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5%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금 보장되는 중수익 투자 가능

ELB 유형에는 크게 하이파이브형과 레인지형이 있다. 하이파이브형은 조기상환 평가일 및 만기일에 기초자산값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원리금을 주는 상품이다. KB증권이 이달 7일까지 판매하는 ‘KB able ELB 제116호’가 이 유형에 속한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가 발행일보다 2% 이상 오른 상태에서 조기상환 평가일 또는 만기를 맞으면 연 6.6%의 수익을 준다. 만기까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원금은 보장된다.레인지형은 기초자산값이 상품 유지 기간에 어떤 범위에 있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미래에셋증권이 오는 12일까지 판매하는 ‘미래에셋증권(ELB)3316’이 이 유형으로, 만기를 맞는 시점에서 홍콩 H지수가 발행 당시의 0% 초과~25% 이하에 있으면 ‘상승률×16%’의 수익을 준다. 상품 유지 기간에 한 차례라도 25% 초과 상승한 적이 있으면 1%의 수익을 주고, 만기 시점에 0% 이하면 원금만 준다.

최근에는 기초자산이 지수인 ELB보다 종목인 ELB가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들어 발행된 ELB 중 종목형 비중은 68.8%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포인트 높다. 변동성이 큰 해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중에선 확률에 많이 의존하는 경우도 있어 사행성 우려도 제기된다. 1년 뒤 테슬라 주가가 발행 당시 대비 0% 초과~45% 미만이면 주가 상승률만큼의 수익을 주고, 그 외에 있으면 원금만 주는 식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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