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중고차 원가' 공개…'뻥튀기 매물' 사라지나

플랫폼 '차량 매입가격' 표기
딜러들은 강력 반발

플랫폼 업계, 공공데이터 활용
"고가구매 막아 소비자에 이익"
대기업·스타트업도 진출 시작

딜러들 "가격만 보고 계약 취소
영업 방해…공개 중단해야" 주장
국토부 "국민 편익 고려해 판단"
중고자동차 딜러 단체들이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중고 차량 취득원가 공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매 가격보다 낮은 취득원가를 확인한 소비자들이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며 정부에 관련 자료를 업계에 제공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취득원가를 계속 공개해야 소비자 편익이 커진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이익 vs 영업 방해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자동차 전산 자료(취득원가)를 활용하는 기업인 오토피디아와 케이카, 엔카, 현대글로비스 등 20여 개 업체와 간담회를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고차 딜러 단체에서 취득원가 공개는 영업비밀 침해와 영업 방해라는 이유로 관련 자료 제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며 “소비자 편익과 개인정보 보호, 영업비밀 침해 등을 고려해 데이터 개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간담회에서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취득원가를 계속해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고차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취득원가를 바탕으로 계산한 중고차 담보 가치를 기반으로 빌려줄 수 있는 자금의 한도를 결정한다”며 “5년 동안 데이터가 공개돼온 만큼 정보 공개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토피디아 관계자도 “취득원가 등 중고차 매물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을 예방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중고차 취득원가 공개 이슈가 뒤늦게 불거진 것은 오토피디아가 지난 4월 자동차 취득원가와 정비 이력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내놨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직접 취득원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한 첫 사례다. 중고차 판매 플랫폼에서 구매하려는 차량의 번호를 검색한 뒤 오토피디아를 통해 조회하면 취득원가를 알 수 있다. 국토부는 공공데이터법에 따라 취득원가를 포함해 자동차 종합정보를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관련 업계에 제공 중이다.중고차 딜러가 소속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취득원가 공개가 영업 방해라고 주장했다. 계약한 중고차 가격보다 훨씬 낮은 취득원가를 확인한 소비자의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취득원가 외에도 광고비와 수리비, 부품 교환 등 각종 비용이 들어간다”며 “소비자들이 취득원가만 보고 중고차 매매 금액이 비싸다고 생각해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양식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면 적정 가격과 관련해 소비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소비자 편익과 시장 혼란 등을 적절히 고려해 공개 여부와 방식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참여에 ‘중고차 레몬’ 사라질까

중고차매매업은 2022년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등이 진출하지 못하는 시장이었다. 구매자가 중고차 상태와 적정 가격을 알 수 없어 정보 비대칭이 심각한 레몬 시장으로 꼽혔다. 침수 차량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하거나 허위 매물을 사는 등의 피해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중고차 시장 활성도를 판단하는 기준인 ‘신차 거래량 대비 중고차 거래량’은 1.5배 수준으로 미국(2.6배)과 영국(4.3배)보다 현저히 낮다.최근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해제되자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차량을 직접 매입한 뒤 자체 정비해 고품질 중고차를 판매하는 식이다. 200여 개 항목을 점검하고 무사고 차량만 판매하고 있다. KG모빌리티도 최근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