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선물합니다…잘 안 들려도 당당하게 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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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지원 사랑의달팽이 김민자 회장

달팽이관 수술·보청기 지원
6600여명에게 '새 삶'
청각장애인 연주단도 운영
김민자 사랑의달팽이 회장이 3일 서울 신당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청각장애인 지원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귀가 들리지 않던 사람들이 소리를 얻고 새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3일 서울 신당동에 있는 사랑의달팽이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자 회장은 청각장애인 지원 사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이같이 말했다.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인의 인공달팽이관 수술 및 보청기와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지난달 말 기준 2097명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4528명에게 맞춤형 보청기를 지원했다. 최근 취임 18주년을 맞은 김 회장은 “소규모 민간단체가 청각장애인 수천 명을 지원했다는 것은 굉장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국민 배우’ 최불암 씨의 부인이자 1963년 KBS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이름을 알린 김 회장은 2006년 초대 회장을 맡은 이후 18년째 사랑의달팽이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이명이 심해진 30대 후반 병원을 드나들면서 귀가 아프면 얼마나 힘든지 절감했다”며 “당시 청각장애인 지원단체를 세우겠다는 주치의의 뜻에 공감해 후원 사업에 발을 들였다”고 회상했다.

사랑의달팽이는 수술과 보청기 지원뿐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이 소리에 적응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재활 치료의 하나로 활용하는 방법은 클라리넷 연주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난청 아동을 대상으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준다. 2003년 창단한 세계 최초 청각장애 유소년 연주단이다.연주단은 올해로 19년째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김 회장은 “클라리넷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목관 악기”라며 “사람의 목소리와 음역이 비슷해 소리 훈련에 도움이 되고, 단원들과 합을 맞춰 무대에 서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연주단을 운영하면서 보람찬 순간으로 단원이 된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연습해 무대에 설 때를 꼽았다. 그는 “클라리넷을 부는 아이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부모님들이 눈물을 흘릴 때마다 마찬가지로 위안을 얻는다”며 “내가 이끄는 사업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올해는 국가보훈부와 함께 6·25전쟁 및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에게 맞춤형 보청기를 제공하는 ‘소리드림’ 사업을 시작한다. 전쟁 후유증 또는 고령으로 청력이 손상된 참전유공자의 청력을 검사하고 보청기를 지원해 ‘소리를 선물한다’는 취지다. 참전유공자 100명에게 1인당 300만원 상당의 개인별 맞춤형 보청기를 지원한다. 김 회장은 “나라를 지키고 소리를 잃은 참전유공자의 회복을 도와드리자는 마음”이라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청각장애인 범위를 넓혀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사랑의달팽이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 김 회장은 “청각장애인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각장애인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로 나와 주체적으로 활동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느리지만 꾸준히 바르게 간다’는 캐치프레이즈가 우리 단체의 핵심 가치”라며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소리를 이해하고 성장하기까지 모든 여정을 차분히 함께 달려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