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선택권 넓혀"…찬사 쏟아진 렉라자

세계 최대 암학회 'ASCO'

유한 렉라자·J&J 리브리반트 병용
"경쟁약보다 효능 뛰어나" 평가
美 허가 낙관…블록버스터 기대

K바이오·연구자들도 주목받아
큐리언트·티움바이오 임상 호평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가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에서 항암 신약 임상 결과를 행사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렉라자’ ‘리브리반트’의 임상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시카고까지 날아왔습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 행사장에서 만난 한 프랑스 연구자의 말이다. 폐암 1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두고 있는 렉라자에 대한 세계 암 연구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개발해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국산 신약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티움바이오 등 K바이오도 호평을 받았다.

ASCO 스타 된 렉라자

이번 ASCO의 스타 중 하나는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였다. 개막 첫날이던 지난달 31일부터 행사장을 후끈 달궜다.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결과를 확인하려는 연구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행사장 바깥에서 발표를 듣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존슨앤드존슨은 이번 행사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임상 3상의 세부 분석 결과 등 5건의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폐암 전문가들은 “폐암 환자를 위한 치료 선택권이 확대됐다” “타그리소를 넘어서는 효능이 확인됐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렉라자는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이 개발해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항암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임상 1상을 진행하던 도중 얀센에 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오는 8월 FDA 허가를 받게 되면 한국산 항암 신약으로는 첫 사례가 된다. 존슨앤드존슨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매출 목표를 약 6조6000억원으로 잡고 있어 유한양행이 받게 될 로열티 수익은 적지 않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국내 암 연구자들도 조명 받아

올해 ASCO에는 국내 기업과 연구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바이오기업뿐 아니라 김정아 가톨릭대 의대 교수,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 등 임상의들도 임상 결과를 구두발표했다. 10년째 ASCO에 참석했다는 한 국내 연구자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인 참가자가 눈에 띄게 줄고 국내 기업과 연구자들의 참여율이 역대급으로 높았다”고 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연구 성과도 주목받았다. 큐리언트는 항암제 ‘Q901’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4회 이상 표준치료를 진행했는데 재발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한 결과 유방암·난소암 등 일곱 가지 암종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 티움바이오는 경구용 면역항암제 ‘TU2218’과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임상 1b상 중간 결과에서 진행성 말기 고형암 환자 12명으로부터 질병통제율 66.7%의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질병통제율은 항암제 투여 후 암세포의 성장이 멈추거나 크기가 줄어든 비율이다.

전시부스·전문가 세션 등 참여 활발

국내 기업들의 참여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동안 포스터 발표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전시부스 운영, 전문가 세션 발표 등에 적극 나섰다. HLB와 LG화학은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와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전시부스를 운영하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전문가 세션에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비온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시카고=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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