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매장가치, 삼성전자 시총 5배"…성공 땐 2035년 상업생산

"석유 4년, 가스 29년 사용량"

금세기 최대 규모 광구되나
남미 가이아나보다 매장량 많아
최소 추정치도 말레이시아 수준
중동산보다 품질 좋은 경질油
"해외 석유 메이저 투자 의향"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김범준 기자
정부는 심해 평가 전문기업(미국 액트지오)으로부터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고 3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0억 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평가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정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1조4000억달러(약 190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성공 땐 20위권 산유국 대열에

정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 매장된 자원은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된다. 가스는 3억2000만~12억9000만t, 석유는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 묻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구가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 약 30년 동안 생산이 이어진다. 안 장관은 “잠재 가능성만 놓고 보면 금세기 최대 규모라는 가이아나 광구(110억 배럴)보다 더 큰 막대한 규모”라고 말했다. 다만 가이아나 광구 매장량은 시추공을 뚫은 뒤 발견한 잠재자원량 기준이다.

액트지오가 추정한 35억~140억 배럴 중 최소 수준만 확인돼도 세계 20위권 산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에 따르면 세계 26위 산유국인 말레이시아에는 36억 배럴이, 27위 이집트에는 33억 배럴이 매장돼 있다. 석유 매장량 기준 세계 1위는 베네수엘라로 3038억 배럴이 매장돼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실제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게 되면 상당한 수입 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0억577만 배럴의 원유를 862억달러를 주고 수입했다. 천연가스는 5233만t을 412억달러에 들여왔다. 석유는 4년간, 천연가스는 29년간 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정부 관계자는 또 “경북 앞바다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유는 질이 좋은 경질유로 중동에서 상대적으로 싼 중질유를 수입해온 국내 정유업계의 체질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원 확보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동해에서 화석연료 탐사 경험을 쌓으면 향후 자원 확보전에서 선구안이 생기고 시추와 관련된 능력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석유 및 가스 매장 예정지는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동해 6-1광구와 8광구다. 모두 한국의 독자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해 있어 외교적으로도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업화 여부는 장담 어려워”

실제 상업 생산으로 이어질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땅을 직접 파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상업화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며 “다만 정부가 어느 정도 확신했기 때문에 공식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발표 전까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고, 검증도 3중 4중으로 했다”고 말했다.정부는 한 개 시추공을 뚫는 데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정부 재정 지원과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 기업 투자 유치로 조달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검증했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도병욱/정영효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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