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나라' 첫 女대통령…포퓰리즘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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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멕시코 헌정사 최초멕시코 헌정사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집권 여당 국가재건운동(MORENA)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61)는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집권여당 셰인바움 당선
표본개표 결과 압도적 승리
첫 女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
최저임금 인상·현금 보조금 등
현 대통령의 정책 계승 강조
전력난·재정적자 급증 등 난관
현직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셰인바움은 최저임금 인상, 현금성 보조금 확대, 에너지 기업 국유화 등 포퓰리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재정적자,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노후화 등도 향후 임기 6년 동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60% 득표로 압승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이날 치러진 대선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58.3~60.7%, 제1야당 국민행동당(PAN)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가 26.6~28.6%, 호르헤 마이네스 시민운동당(MC) 후보가 9.9~10.8%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표본 개표 결과로, 공식 개표 결과는 오는 8일 발표된다. 국가재건운동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셰인바움이 큰 표차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셰인바움은 ‘마초(남성다움을 뜻하는 스페인어)의 나라’로 불리는 멕시코에서 ‘여성 최초’ 기록을 써 내려온 인물이다. 중남미 최고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1995년 에너지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여성으로서 첫 학위를 받았다. 2018년에는 첫 여성 멕시코시티 시장이 됐고, 이번 대선 결과 1824년 헌법 제정 이후 첫 여성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과학자인 셰인바움은 1989년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민주혁명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0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선출된 암로가 셰인바움을 시(市)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하며 둘의 정치적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셰인바움은 2011년 국가재건운동 창당에도 힘을 보탰다.
재정적자·전력난 해결해야
암로의 정치적 계승자로 평가되는 셰인바움은 대선 과정에서 전임자의 최저임금 인상, 사회복지 강화 정책 등을 이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암로 임기 첫해인 2018년 88페소(약 7100원)였던 최저일급은 올해 248.93페소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멕시코불평등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부터 4년간 멕시코 사회지출 예산은 두 배 이상(115% 증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사회복지 급여를 한 가지 이상 받는 사람의 비율은 28%에서 34%로 증가했다.이런 포퓰리즘 정책의 후과를 감당하고 경제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도 셰인바움 몫이다. 시티리서치는 올해 멕시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6.2%로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1분기 암로 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사회복지 지출을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늘린 영향이 컸다.
급격한 노동 비용 인상도 멕시코 성장세를 위협하고 있다. 멕시코는 최근 기업들이 미·중 갈등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미국 인근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니어쇼어링’ 행선지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는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5년 동안 멕시코 GDP 증가율이 총 1%포인트(연평균 0.2%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암로 재임 시기 급등한 노동 비용은 지리적 이점을 갉아먹고 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2019년부터 5년간 멕시코 제조업·서비스업 인건비가 노동생산성보다 각각 연평균 1.8배, 1.5배 빠르게 올랐다고 분석하며 “노동생산성 증가보다 빠른 인건비 상승은 고용을 저해하고 멕시코 안팎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최근 멕시코를 덮친 폭염으로 발생한 전력난도 셰인바움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번 전력난이 현 정부의 에너지 국영화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현지 에너지 전문가는 진단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국영전력공사(CFE)는 국가 전력의 99.47%를 생산하며, 국영 기업 국립에너지통제센터(CENACE)가 대부분의 송전망을 관리한다. 폴 알레한드로 산체스 멕시코 에너지 컨설턴트는 “발전과 송전 투자가 부족했던 지난 수년간이 너무 길었다”고 말했다. 셰인바움은 화석연료를 풍력·태양열 등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 지역별 분산발전 등을 추진해 전력난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