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숙인 도요타…'日국민차' 코롤라 안전·성능 속여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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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부정인증 4개월 만에“도요타그룹 책임자로서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도요타 본사도 '품질 조작'
日정부, 3개 차종 즉시 출하 정지
코롤라, 보행자·탑승자 시험 속여
크라운, 에어백 충돌 허위테스트
렉서스RX, 엔진출력 거짓 보고
윗선에 'NO' 못하는 조직문화
"세계 1위 지켜라" 개발일정 단축
문제 발생해도 해결 시스템 없어
도요타 실적 하향 조정 불가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3일 품질 인증 부정이 밝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바른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양산·판매했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지난 1월 말 계열사인 히노자동차, 다이하쓰공업, 도요타자동직기에서 품질 인증 부정이 발생해 사과한 데 이어 본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터지자 4개월여 만에 또 머리를 숙인 것이다.
일본 자동차 ‘휘청’
도요다 회장은 우선 “7개 차종에서 국가가 정한 기준과 다른 방법으로 시험한 것으로 밝혀져 지난달 31일 국토교통성에 보고했다”고 밝혔다.도요타는 현재 생산 중인 코롤라 등 3개 차종은 보행자 및 탑승자 보호 시험에서 허위 데이터가 발견돼 출고와 판매를 중단한다. 크라운은 에어백, 시엔타는 충돌 테스트, 렉서스RX는 엔진 출력에서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혼다, 스즈키 등에서도 인증 부정이 발견된 만큼 일본 자동차 산업 전체가 휘청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5개 회사를 합쳐 38개 차종에 이른다. 도요타 3종 외 현재 생산 중인 마쓰다 2종, 야마하발동기 1종도 생산이 중단됐다. 마쓰다, 혼다 최고경영진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다.
효율 우선 경영에 ‘발목’
도요타는 지난 10년간 생산 규모를 크게 늘렸다. 2013년 889만 대이던 글로벌 생산량은 지난해 1003만 대로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넘었다. 2023회계연도 영업이익은 5조3529억엔으로 일본 기업 사상 최초로 5조엔을 넘어섰다.업계에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효율 경영’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적시 생산(JIT)’ 등 고객 주문에 따라 자동차를 만드는 ‘도요타 생산 방식(TPS)’은 높은 생산 효율로 유명하다. 원래 TPS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작업자가 곧바로 생산라인을 멈추는 ‘안돈’으로 불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세계 1위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목소리를 내 문제를 바로잡는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히노자동차 등에 대한 조사에서도 효율 경영 뒤에 가려진 짧은 개발 일정, 상사에게 ‘못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조직 문화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한때 ‘품질 지상주의’를 외치던 일본 기업이 안전까지 외면한 배경엔 ‘잃어버린 30년’ 동안 계속된 경제 침체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일본 경제는 물가와 임금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상품은 바로 외면받았다. 결국 기업은 투자보다 비용 절감에 더 매달렸다.
도요타 실적 악화 불가피
국토교통성의 현장 검사 결과에 따라 도요타는 올해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성은 현장 검사에서 부정행위의 악질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조직 체계 등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되면 재발 방지와 함께 시정 명령 등 행정 처분을 내린다.앞서 다이하쓰공업은 3개 차종의 형식 지정이 취소되고 생산을 중단했다. 코롤라는 단일 차종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이어서 형식 지정이 취소되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도요타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20% 감소한 4조3000억엔으로 전망했다. 다이하쓰공업 등에서 품질 인증 부정이 발생한 만큼 과도하게 생산성을 추구하기보다 기본을 다지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본사 인증 부정으로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도요타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6% 하락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