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슈퍼마켓부문부터 재매각 시동…업계 분위기는 '냉랭'
입력
수정
MBK 7조2천억원에 인수 9년째…"오프라인 유통업 매력 떨어져"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7조2천억원에 인수한 홈플러스 재매각을 위해 알짜배기로 꼽히는 슈퍼마켓 사업 부문부터 '분할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홈플러스와 업계 안팎에선 기존 대형 유통기업과 쿠팡·알리바바그룹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인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10년 전과 달리 오프라인 유통업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인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는 2013년 블라인드 3호 펀드를 조성해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7조2천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4조3천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MBK는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 등으로 홈플러스 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으로 4조원에 가까운 빚을 갚고 현재 4천500여억원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MBK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유통시장이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대형마트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홈플러스는 지속된 영업손실에 차입금 이자 비용과 임대료 등 과중한 재무부담까지 지는 처지가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대형마트 업계 내에서 홈플러스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고서 1년 만인 지난 2월 말 A3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지난 2월 말 "현금창출력이 줄면서 연간 5천500억원 수준의 임차료(리스부채 상환) 및 이자 비용에 대응하기 부족하고 매장 리뉴얼로 투자 소요는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지속된 자산매각에도 순차입금 규모가 현금창출력 대비 매우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도 '수익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 2월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만 해도 2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천335억원과 2천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에도 총매출은 6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으나 1천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4천459억원에서 5천743억원으로 더 커졌다.
홈플러스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9년 6월 말 140개에서 지난 달 130개로 줄었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부산 서면점을 폐점한 데 이어 임대주인 양천구청과 계약이 끝난 서울 목동점을 이달부터 영업 종료했다.
영업손실이 누적된 대전 유성구 서대전점과 경기도 안양점 영업도 다음 달 31일 종료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달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3개사와 3년 만기 조건으로 1조3천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재융자) 계약을 맺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MBK가 인수한 지 10년이 되는 내년을 앞두고 업계 안팎에선 재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통상 사모펀드들은 투자 후 5년이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점포 효율화에 집중한 상태에서 수조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할 곳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에 업계에선 홈플러스를 통째로 인수할 기업이 없으면 지역별로 강점이 있는 중소 마트·식자재 마트 등에 쪼개 팔거나, 사업 부문별로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했다. 실제 MBK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10여개 매장을 두고 작년에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달 16일 익스프레스 목동점을 리뉴얼하는 등 연내 익스프레스 핵심 점포 10여곳을 '지역 맞춤형 특화매장'으로 재단장해 근거리 쇼핑에 최적화된 '미래형 슈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익스프레스의 강점을 홍보해왔다.
모건스탠리는 이달에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 10여 곳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실제 매수자로 나설 기업이 있을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쿠팡과 알리바바그룹의 경우 수 백개 작은 슈퍼마켓 매장이 아니라 거점 물류센터 하나가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 측은 홈플러스 인수설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GS더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의 경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후 덩치가 더 커지면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잘되는 점포에 집중하는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롯데슈퍼는 점포 수가 2019년 521개에서 올해 356개로 감소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계속 줄여왔다.
또 이처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 계획이 공개된 이후 가맹점주와 직원들은 계약 변경이나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날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검토할 것이고, 현 가맹점주분들과 맺은 계약도 변함없이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으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하고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 강화하겠다"며 "차입금 상환을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7조2천억원에 인수한 홈플러스 재매각을 위해 알짜배기로 꼽히는 슈퍼마켓 사업 부문부터 '분할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홈플러스와 업계 안팎에선 기존 대형 유통기업과 쿠팡·알리바바그룹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인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10년 전과 달리 오프라인 유통업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인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는 2013년 블라인드 3호 펀드를 조성해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7조2천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4조3천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MBK는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 등으로 홈플러스 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으로 4조원에 가까운 빚을 갚고 현재 4천500여억원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MBK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유통시장이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대형마트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홈플러스는 지속된 영업손실에 차입금 이자 비용과 임대료 등 과중한 재무부담까지 지는 처지가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대형마트 업계 내에서 홈플러스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고서 1년 만인 지난 2월 말 A3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지난 2월 말 "현금창출력이 줄면서 연간 5천500억원 수준의 임차료(리스부채 상환) 및 이자 비용에 대응하기 부족하고 매장 리뉴얼로 투자 소요는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지속된 자산매각에도 순차입금 규모가 현금창출력 대비 매우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도 '수익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 2월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만 해도 2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천335억원과 2천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에도 총매출은 6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으나 1천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4천459억원에서 5천743억원으로 더 커졌다.
홈플러스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9년 6월 말 140개에서 지난 달 130개로 줄었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부산 서면점을 폐점한 데 이어 임대주인 양천구청과 계약이 끝난 서울 목동점을 이달부터 영업 종료했다.
영업손실이 누적된 대전 유성구 서대전점과 경기도 안양점 영업도 다음 달 31일 종료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달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3개사와 3년 만기 조건으로 1조3천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재융자) 계약을 맺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MBK가 인수한 지 10년이 되는 내년을 앞두고 업계 안팎에선 재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통상 사모펀드들은 투자 후 5년이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점포 효율화에 집중한 상태에서 수조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할 곳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에 업계에선 홈플러스를 통째로 인수할 기업이 없으면 지역별로 강점이 있는 중소 마트·식자재 마트 등에 쪼개 팔거나, 사업 부문별로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했다. 실제 MBK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10여개 매장을 두고 작년에 1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달 16일 익스프레스 목동점을 리뉴얼하는 등 연내 익스프레스 핵심 점포 10여곳을 '지역 맞춤형 특화매장'으로 재단장해 근거리 쇼핑에 최적화된 '미래형 슈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익스프레스의 강점을 홍보해왔다.
모건스탠리는 이달에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 10여 곳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실제 매수자로 나설 기업이 있을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쿠팡과 알리바바그룹의 경우 수 백개 작은 슈퍼마켓 매장이 아니라 거점 물류센터 하나가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 측은 홈플러스 인수설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GS더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의 경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후 덩치가 더 커지면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잘되는 점포에 집중하는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롯데슈퍼는 점포 수가 2019년 521개에서 올해 356개로 감소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계속 줄여왔다.
또 이처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 계획이 공개된 이후 가맹점주와 직원들은 계약 변경이나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날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검토할 것이고, 현 가맹점주분들과 맺은 계약도 변함없이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으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하고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 강화하겠다"며 "차입금 상환을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