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이 빼고 다 바꾼 LG…'수비 농구' 강조했던 조상현의 승부수

정규리그 2위팀 LG, 과감한 선수단 개편…이재도·이관희 내보내
지난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창원 LG가 과감하게 선수단을 개편했다. 2023-2024시즌 팀에서 정규리그 출전 시간이 가장 많았던 6명 가운데 4명이 팀을 이탈했다.

남은 건 아셈 마레이(28분41초·출전 시간 1위)와 신인상을 탄 슈터 유기상(23분34초·4위)뿐이다.

양홍석(27분36초·2위)은 국군체육부대로 떠났다. 정희재(18분42초·6위)는 고양 소노로 이적했다.

수년간 핵심으로 활약했던 이재도(25분15초·3위), 이관희(19분54초·5위)는 구단이 트레이드를 선택했다.

4일 이재도는 정희재를 따라 소노, 이관희는 원주 DB 유니폼을 입었다. 대신 DB에서 두경민, 소노에서는 전성현이 왔다.

양홍석과 정희재가 떠난 자리는 유망주 이승우를 보내고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데려온 장신 포워드 최진수, 일본 리그에서 뛴 장민국이 메운다.

저스틴 구탕(15분45초·8위)이 맡은 아시아쿼터 선수 역할도 외곽포를 갖추고 골밑 수비가 가능한 자원으로 대체할 거라는 관측이 많다. 마레이는 올 시즌은 후안 텔로(17분10초·7위)나 단테 커닝햄(13분36초·10위)이 아닌 베테랑 대릴 먼로와 외국 선수진을 꾸린다.

출전 시간 1∼10위로 넓혀보면 마레이, 유기상, 양준석(14분15초·9위) 빼고 무려 7명이 바뀌는 셈이다.
조상현 감독이 이끈 LG는 지난 시즌 최소 실점 1위(76.9점)를 달성하는 등 특유의 끈끈한 수비력으로 정규리그 2위,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팀이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근본적인 변화를 택했다.

수비를 강조하는 조 감독은 '수비 농구'를 선택한 이유를 물을 때마다 "이재도-이관희 조합으로는 공격 농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혀왔다.

2022년 LG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처음 선수단을 살폈을 때부터 이렇게 결정했고, 이후로 한 번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이관희는 LG에서 뛴 2020-2021시즌부터 한 차례도 40%가 넘는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38.2%에 그쳤다.

이재도는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정도로 프로농구에서 손꼽히는 공격형 가드다.

하지만 팀 전체 공격을 이끌고, 승부처에서 강한 압박을 뚫고 안정적인 득점을 올려줄 수준은 아니라는 게 조 감독의 평가였다.

대신 조 감독은 두 선수의 탄탄한 수비력에 주목했다.

그래서 외국 선수 가운데 리바운드와 2대2 수비가 가장 뛰어난 마레이와 동행도 이어갔다.

세 선수의 합이 무르익고, 유기상·양홍석·커닝햄 등이 수비 전술에 잘 녹아들면서 LG가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를 따낸 강팀의 위상으로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2승 2패로 팽팽했던 수원 kt와 4강 PO 5차전에서 전반 한 때 16점까지 앞서다가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하면서 LG의 도전도 끝났다.

당시 조 감독에게 아픔을 안긴 선수는 패리스 배스였다.

그는 40점을 몰아치는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뽐내며 조직적인 수비팀을 걸출한 개인 기량으로 깨부술 수 있음을 보였다.

현실적 한계 속 수비 농구를 끝까지 밀었던 조 감독은 좌절감을 숨기지 못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올 시즌의 수확이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아쉬움뿐"이라며 "준비하는 과정, 여름에 훈련하는 과정이 혹독했는데 연습량을 생각하면 결과가 더 좋게 나왔어야 했다.

그런 부분만 떠오른다"고 말했다.

방법을 찾겠다던 조 감독은 수비 농구를 대표하던 이재도-이관희 조합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공격적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데려왔다.

새로 합류하는 두경민과 전성현은 기존 LG의 콤비와 비교하면 수비력이 떨어지지만 조합상 프로농구 최고 공격력을 자랑할 걸로 기대된다.

두경민은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따낸 경력이 있다.

2022-2023시즌만 해도 평균 14.6점을 올렸고, 3점 성공률도 37.1%로 준수했다.

다만 지난 시즌 DB에서는 김주성 감독과 불화 끝에 11경기 출전에 그쳤고, 평균 득점도 6.2점까지 떨어졌다.

LG에서 재기를 노리는 건 전성현도 마찬가지다.

전성현은 2022-2023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문태영(LG·22점) 이후 12시즌 만에 20점 이상 평균 득점을 기록할 거라는 기대를 모을 정도로 빼어난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신체 기관이 이상이 생기고, 허리까지 다쳐 지난 시즌 30경기에 나오는 데 그쳤다.

평균 득점도 17.6점(2022-2023시즌)에서 11.8점으로 하락했다. 둘 다 위치를 가리지 않고 던지는 외곽포가 장점이고,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뛰어난 만큼 새 시즌 조 감독이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