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진심이면 자사주 전량 소각하라" 서한 받은 SK㈜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지주사인 SK㈜가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란 요구를 받았다.

4일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SK㈜에 공개 서한을 보냈다. SK㈜는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을 해줘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 자사주 활용안이 주목받고 있다. 통상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한편 주가 부양을 위해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등 주주 환원책을 강화할 것이란 시선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포럼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과 현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한국의 대표적 지주회사이자 투자전문회사인 SK㈜ 이사회에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2021년 3월 29일 SK㈜는 주주총회 직후 투자자 간담회에서 '2025년 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그 당시 주가 27만원, 시가총액 18조원이었으니 약 5년간 연 54% 주가 상승이 목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년이 지난 지금 회사의 주가는 14만원, 시총은 11조원"이라고 말했다.이어 "2025년 시총 140조원은 200만원의 목표주가를 뜻한다"며 "이사회와 경영진은 현금흐름(EBITDA) 등 경영 목표는 제시하되 가급적 주가 및 시총 언급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주가는 성장성, 주주환원, 리스크, 금리, 거버넌스 등 반영해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그동안 이사회에서 자본배치 결정을 내리면서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을 염두에 뒀는지 묻고 싶다"며 "TSR은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등과 함께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한 핵심 경영 지표이고 글로벌 스탠더드다. 장기간 SK㈜ 총주주수익률은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과거 3년간 SK㈜ 주가는 약 45% 급락했고, 연 평균 18% 하락했다. 약 2% 배당수익율 감안해도 SK㈜ 주주는 2021년 5월 이후 매년 16% 투자손실을 입은 셈이다. 기간을 넓혀 지난 5년간 SK㈜ 주가는 37% 하락, 연 9% 하락했다.

포럼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차기 이사회에서 일반주주 포함 모든 주주 입장에서 자본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 주가 하락으로 일반주주뿐 아니라 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SK㈜ 주식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할인 거래되는 근본적 이유는 총 발행주식 수의 25%에 달하는 자기주식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SK㈜ 자사주 보유 지분율은 시가총액 3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 중 가장 높다.이에 포럼은 "SK㈜는 보유 자사주를 진작 전량 소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해야 했다"며 "SK㈜는 2022년 3월 주총을 통해 2025년까지 매년 시총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매입한 1198억원 자기주식 소각을 의결했다고 공시했지만 그러나 주주환원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SK㈜ 주가 저평가 정도와 주주들의 손실율 감안시 자사주 소각 규모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은 선진국에선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기 때문에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는 자사주 보유가 불법이다. 지난해 27조원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한 메타는 자기자본에 자사주라는 계정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임직원 주식보상 등 특별한 경우 제외하곤 소각없는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설문에 따르면 80% 넘는 외국인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는다. 한국 투자 경험이 많은 외국투자자일수록 소각되지 않는 자사주에 대해서 기회 비용만 생긴다며 냉소적이란 얘기다. 포럼은 "자사주는 회사 현금이 들어간 것이므로 제3자 처분 등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되지 말아야 하고, 모든 주주를 위해 소각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