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서 짐 싸는 개미들…"국장서 미국 ETF만 사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순자산 증가폭 상위권은 대부분 미국 주식형 상품으로 파악됐다. 국내 증시에서 거래는 하지만 실상은 해외 주식 투자인 셈이다.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는 많게는 수천억원대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133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22조7428억원을 기록한 뒤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일평균 거래대금 27조174억원에 비해서는 22.2%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지수가 2600~2700선에서 횡보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이다.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63억2264만달러로 집계됐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22년 기록한 연간 해외 주식 순매수액 사상 최고치(118억8983만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시와는 달리 유럽·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ETF 거래 동향을 살펴봐도 이 같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에서 올해 순자산총액(AUM)이 많이 늘어난 종목 상위 10개 중 8개가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TIGER 미국S&P500'은 올해에만 9321억원이 순유입돼 국내 증시 ETF 중 AUM 증가폭이 가장 컸다. 'TIGER 미국배당 다우존스 ETF'와 'TIGER 미국배당 +7%프리미엄 다우존스 ETF'에 각각 6185억원, 4777억원이 유입돼 뒤를 이었다.

국내 주식형 ETF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AUM이 500억원 이상 유출된 ETF는 19개였는데 이 중 18개가 국내 주식형 상품이었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 이탈이 가속화됐다. 'KODEX200'은 올해에만 AUM이 4494억원 감소하며 전체 ETF 중 AUM 감소폭이 가장 컸다. 'KODEX반도체'와 'HANARO200'도 AUM이 각각 1688억원, 1583억원 줄면서 뒤를 이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