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연꽃처럼' 展 관람객 6만명 돌파…사회로 확산하는 이재용의 '미술경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을 5번 찾았다. 올 3월 첫 선을 보인 기획전은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로 호암미술관의 ‘야심작’이다.

이 회장 옆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해외 ‘VIP’들이 함께 했다. 이 회장은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하기도 하면서 한국 불교 미술의 진면목을 알렸다. 삼성가(家)의 한국적인 미(美)와 예술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병철 창업 회장은 ‘민족문화의 유산은 모두의 유산’이라는 소신을 담아 1987년 호암미술관을 개관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을 한국 미술계의 메카로 키워냈다.

이 회장도 가족과 함께 선친이 수집한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정하면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2021년 선대회장이 수십년간 모아 온 작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기려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을 한 것.

이번 전시도 3대에 걸친 예술혼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불교미술 걸작품 92점(한국 48·중국 19·일본 25)을 전시 중이다. 이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이 무려 47건이다.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한 '백제의 미소' 금동 관음보살 입상(사진)은 국내에서 일반인에 최초 공개됐다. 나전 국당초문 경함도 전세계에 단 6점만이 남아있는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이다. 호암미술관은 무려 5년의 준비 시간을 쏟았다. 해외에서 중요 작품 한 두 점을 대여해 전시하는 경우는 많지만 47건을 해외에서 들여와 한 자리에 모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전시에 포함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보살도' 같은 고서화는 미국에서도 자주 전시하지 않는 작품이다.

미술계에서도 이번 전시에 대해 불교 미술 전시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미술학과 교수는 "곡선으로 연출한 관음보살도 공간에 이어 직선으로 구획된 백자 불상(백자 백의관음보살 입상) 공간이 이어지는 연출이 현대미술 전시장을 보는 것 같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 곳에서 보기 힘든 불교미술의 명품들"이라고 평했다.

지난 3월 개막한 이번 전시는 4일 기준 관람객 6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찾았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전시를 찾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폐막까지 아직 10여일이 남은 만큼 막바지에 관람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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