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맨션 68층 재건축 무산…초고층 경쟁 제동

서울시 도시계획委 자문안

3종 일반주거지역인 데다
한강-남산 경관축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층고는 무리

조합측 정비계획 수정 불가피
여의도·성수 초고층 영향 줄 듯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변 ‘노른자 단지’인 한강맨션아파트의 68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이 무산됐다. 한강 일대 스카이라인과 남산 조망 등을 감안했을 때 조합이 제출한 계획안은 ‘지나치게 높다’는 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판단이다. 한강변에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압구정동 등 다른 아파트도 높이 계획을 놓고 조합 내 견해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비 급등과 공사 기간 장기화 등으로 초고층 재건축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거 지역에 68층은 과도”

4일 정비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한강맨션아파트주택재건축조합에 68층 높이 계획을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안을 전달했다. 당초 35층으로 정비계획을 짠 이 단지는 서울시의 높이 제한 완화 방침에 따라 최고 층수를 높이는 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 변경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지난달 2일 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의 결과 사실상 불가 방침을 통보받은 것이다.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은 한강맨션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68층은 지나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과 남산 경관 축 확보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한강맨션은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이뤄지지 않은 ‘3종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남산을 바라보는 입지에 기존보다 두 배나 높은 계획은 제도 완화 취지와 도시계획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71년 준공된 한강맨션은 입지와 사업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재건축 단지다. 기존 5층으로 지어져 용적률은 155%에 불과하다. 조합은 애초 660가구(23개 동·5층)를 1450가구(15개 동·최고 35층)로 지을 계획이었다. 서울시가 ‘35층 룰’을 폐지하자 층수를 68층으로 높이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진행하지 않는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추진하는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조합은 서울시 자문안을 토대로 높이 계획 등을 바꾼 새 정비계획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 랜드마크 경쟁 한풀 꺾이나

한강맨션의 68층 재건축이 무산되면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문제로 초고층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심의 불확실성까지 현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는 층수 기준 폐지 및 신속통합기획 활성화와 맞물려 대부분 단지가 초고층 랜드마크 경쟁에 나섰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선 한양아파트(56층)와 시범아파트(65층) 등이 초고층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49층)보다 더 높은 77층 높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3지구도 70층과 50층을 놓고 조합원 간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역시 3구역을 포함해 2·4·5구역 모두 70층 건립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준주거로 종상향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남산 경관 축을 가릴 가능성이 높은 곳은 심의 과정에서 시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주동 위주로만 초고층을 허용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조성하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한강맨션 사례가 정비사업 초고층 경쟁 분위기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고층 건축은 일반적으로 50층을 기준으로 한다. 50층 이상 건물은 30층마다 피난 구역을 둬야 하고 안전설계 기준도 까다롭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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