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폭스바겐 사건 소환한 도요타

2015년 9월 발생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독일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세계적인 비난거리가 됐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노란색 폭스바겐 비틀에 독일 국기를 리본으로 단 근조 화환을 얹고 이 차를 운구하는 장례식 이미지로 표지를 꾸몄다. 제목은 ‘Der Selbstmord’(자살). 그해 10월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 과학잡지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는 폭스바겐을 ‘엉터리 노벨상’인 이그노벨상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상금은 10조 짐바브웨달러, 우리 돈 약 4000원이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악질 기업 범죄다. 차량 테스트 때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인 LNT를 통해 배기가스 기준치를 맞추고, 실제 판매 때는 이 장치 작동을 고의로 중단시켜 연비를 높이는 것이다. LNT가 작동하지 않으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인증 때의 30~40배에 달한다. 그렇게 해놓고 환경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꿈의 클린 디젤’이라며 소비자를 속였다. 폭스바겐은 사상 최대인 1100만 대 리콜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300억달러(약 41조원)의 벌금·보상금을 물었다.일본의 자존심 도요타자동차도 잇따른 조작 스캔들로 위기에 몰렸다. 최근 2년 새에만 4건의 사건이 터졌다. 2022년 계열 상용차 브랜드인 히노의 20년간 엔진 배출가스 및 연비 조작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경차 브랜드인 다이하쓰가 1989년부터 무려 34년간 174건의 부정을 저지른 것이 확인됐다. 올 1월엔 도요타 자동직기의 디젤엔진 출력 데이터 조작이, 얼마 전엔 국민차 코롤라 등에서도 인증 테스트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폭스바겐과 도요타는 모두 뿌리 깊은 상명하복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윗선의 지시에 아래에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경직된 분위기다. 효율과 목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무리수를 두게 했다는 지적도 많다. 두 기업이 ‘정확’과 ‘정직’의 대명사이기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 크다. 폭스바겐 사건 때 독일 거리에는 ‘VW(폭스바겐)=Vertrauen weg!’(사라진 신뢰)라는 검은색 스티커가 붙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요타에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옐로카드를 꺼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