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약도 다시 보자…'약생역전' 이룬 제약사들

FDA 허가 취소됐던 '블렌렙'
임상전략 바꾸자 효능 크게 개선
다발성골수종 최종 임상에서 실패해 시장에서 철수했던 비운의 치료제인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항암신약 ‘블렌렙’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임상 전략을 바꿔 성공적인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GSK는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SCO 2024’에서 블렌렙·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제요법과 기존 다발성골수종 2차 치료법을 비교한 임상결과를 공개했다. 블렌렙은 투약 후 병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확률을 48%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를 받은 환자가 10명 사망할 때 블렌렙 치료를 받으면 약 5명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사망 위험이 낮아진 까닭은 암이 재발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발까지 걸린 기간(무진행생존기간)이 블렌렙을 포함한 3제요법은 36.6개월이었고, 대조군은 13.4개월이었다. 항암 효과로 암이 사라지는 완전관해(CR) 비율도 40%로 기존 치료법(16%)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발표를 맡은 수잔 트루델 프린세스마거릿암센터 임상의는 “블렌렙이 효과적인 다발성골수종 치료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시 생긴 것”이라며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재도전하겠다”고 했다.

블렌렙은 다발성골수종 5차 치료제로 2020년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해 진행한 임상 3상에서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추지 못했고 결국 허가가 취소됐다.

GSK는 전략을 바꿨다. 블렌렙 하나만 쓰는 단독요법을 포기하고 세 가지 약을 동시에 사용해 효능을 높일 수 있게 임상 설계를 다시 짰다. 시장성이 작은 5차 치료제에서 환자가 많은 2차 치료제로 타깃 시장도 바꿨다. 헤샴 압둘라 GSK 종양학 연구개발(R&D) 책임자는 “표준치료제로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국내 바이오벤처 HLB도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를 통해 ASCO에 전시부스를 열었다. 간암 신약으로 FDA에 도전했다가 불발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mOS)을 23.8개월 연장했다는 임상 3상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HLB는 오는 7월께 FDA와 만나 보완서류를 제출하고 재도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시카고=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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