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석유, 두바이유보다 품질 좋은 최상품"

산업부 "경질유 추정"

'동해 가스전'보다 경제성 높아
韓 수입하는 값비싼 원유 대체
수익성, 개발비용에 좌우될 듯
우리나라 에너지 전략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된 석유는 원유 가운데 품질이 가장 좋은 경질유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개발에 따른 경제성이 커지면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상업화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동해-1 가스전

참여기업 조단위 수익 기대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영일만 앞바다 석유·천연가스전의 유종(油種)을 경질유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2004~2021년 천연가스를 생산한) 동해-1 가스전과 같은 지층대”라며 “미국 심해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와 국내 전문가들은 매장된 석유를 경질유라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유종은 올해 말 시작될 시추 결과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2021년 개발이 끝난 동해-1 가스전에서는 소량이지만 경질유가 나왔다. 동해-1 가스전과 정부가 연말 시추에 나설 지역은 동해 바닷속 거대한 분지 지형인 울릉분지 지층대에 속한다.

석유는 탄소가 많이 함유된 정도에 따라 경질유와 중(中)질유, 중(重)질유로 나뉜다. 탄소 함유량이 높을수록 정제 과정을 덜 거쳐도 되기 때문에 좋은 원유로 대접받는다. 경질유는 휘발유와 나프타같이 수익성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중질유는 벙커C유 같은 산업용 연료에 적합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는 중(重)질유인 두바이유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2022년에 배럴당 경질유 가격이 103.22달러로 중(重)질유보다 3달러 이상 높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간 10억 배럴 이상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정유사는 배럴당 몇 센트 가격 차이에도 구매처를 바꾼다”고 기대했다.

채굴 등 개발 비용이 변수

전문가들은 정부 예상대로 2035년부터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정부와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이 올리는 수익을 통해 국민이 누릴 간접적 혜택은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해-1 가스전 사업은 총 1조2000억원의 개발 비용을 들여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영일만 석유·가스전 가치는 100배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영일만 석유·가스전 사업을 일반적인 에너지 개발 사업과 같은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막대한 사업 규모를 감안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자본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물론 국내 에너지 기업의 참여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보수적인 의견도 제시한다. 채굴 등 개발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면 손해 보는 장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구 사업은 실제 매장량이 얼마인지, 채굴 난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유값이 배럴당 80달러일 때 4~5달러의 수송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채굴 비용이 많이 필요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경질유·中질유·重질유

미국석유협회가 정한 석유의 종류. 탄소 비중이 33도 이상이면 경질유, 30~33도는 중(中)질유, 30도 미만은 중(重)질유로 구분한다. 탄소 비중이 클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나프타를 생산한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산 원유는 중질유다.

정영효/김형규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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