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퀄컴, PC용 AI칩 공세…'인텔 철옹성' 뚫는다

전시장 점령한 'AI PC'…"2027년 전 세계 1.6억대 출하"

인터넷 없이 AI 작동 '온디바이스'
화상 회의 자동 번역·AI비서 등
노트북·PC서 활용성 더 뛰어나
삼성 이어 대만업체 신제품 공개

'전통강자' 인텔·AMD도 초긴장
동시에 AI전용 신형 CPU 출시
아침 출근시간, 거실 테이블에 놓인 인공지능(AI) PC가 묻는다. “식기세척기가 고장 났는데 점심시간에 고쳐놓을까요?” 주인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자 그 동작을 읽은 노트북은 수리비 검색에 들어가더니 가장 싼 업체를 추천한다.

공상과학소설 속 한 장면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기업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소개한 AI PC 활용법이다. 퀄컴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인 코파일럿 플러스가 적용된 노트북에 AI 반도체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아몬 CEO는 “AI PC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AI PC 시대 본격 개막

4일 공식 개막한 컴퓨텍스 2024는 ‘AI PC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는 무대였다. 에이수스, MSI, 에이서, 기가바이트 등 대만 PC업체뿐 아니라 레노버, HP 등 글로벌 PC기업까지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AI 기능을 장착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컴퓨텍스 2024가 열린 타이베이 난강전시센터 곳곳엔 ‘AI PC’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메인 전시장인 4층 스카이돔의 정중앙 대형 부스를 차지한 기업도 엔비디아, 인텔 같은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아니라 에이수스, 에이서 등 대만 PC업체들이었다. 이들 기업이 전면에 배치한 AI 노트북 주변은 온종일 붐볐다. 대만 PC업체 협력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이크 창은 “5년째 컴퓨텍스를 찾고 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AI PC가 떠오른 건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장치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실시간 화상회의 번역부터 작곡, 그림 창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성형 AI 세계를 온전히 느끼려면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과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는 필수다. 노트북은 기기 공간 측면에서 스마트폰보다 여유가 있기 때문에 크기를 키워 성능을 높인 고성능 반도체와 저장장치를 적용할 수 있다. 서버에 연결하지 않고도 다양한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를 가장 잘 구현할 기기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I PC 출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AI 기능을 강화한 노트북 갤럭시북4 엣지를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컴퓨텍스에선 에이수스 등 대만 기업들도 신제품을 선보였다. 제이슨 첸 에이서 회장은 “AI가 PC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PC가 곧 AI인 시대 온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7년 AI PC는 전체 PC 출하량의 60%, 대수로는 1억670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PC업체는 물론 PC용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반도체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퀄컴, 엔비디아 등 그동안 PC용 프로세서 시장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 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퀄컴은 이날 MS의 AI 노트북 운영체제인 코파일럿 플러스가 적용된 노트북에 스냅드래곤×엘리트 칩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칩은 AI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연산 기능을 줄여 전력 소비량을 낮춘 게 특징이다. 아몬 CEO는 “AI 작업을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니라 신경망처리장치(NPU)로 처리하기 때문에 성능이 뛰어나고 전력 소모량을 절감할 수 있다”며 “앞으로 노트북 전원은 집에 놓고 다녀도 된다”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연일 AI PC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일엔 “엔비디아의 RTX GPU가 장착된 노트북에 AI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AI 노트북용 칩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이베이=박의명/황정수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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