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다음달 4일 중국산 전기차 '관세 폭탄' 예고

사진=AFP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중국은 보복 관세 부과를 경고하는 동시에 에어버스 여객기 구매를 저울질하고 나섰다. 고조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EU를 상대로는 ‘강온양면’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청문회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 협회에 다음달 4일부터 잠정 상계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관세 부과를 앞두고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상계관세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EU 집행위가 그동안 매겨온 평균 상계관세율인 19%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현재 EU는 수입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앞서 독일 키엘세계경제연구소는 상계관세율이 20%로 책정될 경우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전체 EU 전기차 수입액의 25% 수준인 38억달러(약 5조2000억원) 줄어들고, EU 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 판매는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EU 집행위는 다음주 중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잠정 관세율을 통보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당초 5일 관세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오는 6~9일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중국이 바로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EU 차원의 대중(對中) 강경 노선을 주도해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임도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중국은 보복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은 지난 2일 스페인을 방문해 기업인들을 만난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유럽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중국 기업을 계속 억압한다면 중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확고히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EU산 돼지고기·유제품·자동차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례적인 건 중국 국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이 최근 에어버스에 A330 여객기 100대 구매를 타진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EU에 여객기 대량 구매라는 당근과 관세 보복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엔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EU 회원국들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은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독일을 압박해 올라프 숄츠 총리가 더 강력하게 반발하도록 장려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