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박동희 감독 "마지막 장면까지 한달음에 가는 영화"

개봉 앞두고 인터뷰…"롤러코스터 탄 것 같단 반응에 기분 좋아"
오는 12일 개봉하는 박동희(38) 감독의 스릴러 '드라이브'는 유명 인플루언서 유나(박주현 분)가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돼 자동차 트렁크에 감금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납치범은 '라방'(라이브 방송)으로 한 시간 안에 6억5천만원을 끌어모으면 살려주겠다고 제안하고, 유나는 트렁크에 갇힌 채 생사를 건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

90분의 상영 시간 동안 '드라이브'는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관객은 옆길로 새지 않고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차에 올라탄 느낌을 받는다. "시나리오 작가 시절부터 '독자가 마지막 장면까지 쉼 없이 한달음에 갈 수 있게 하겠다'라는 목표를 늘 추구했어요.

'드라이브'도 시나리오 단계부터 그런 매끈함을 목표로 했고, 편집 단계에서도 그렇게 작업했죠."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드라이브' 연출의 주안점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드라이브'는 박 감독의 데뷔작으로,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박 감독은 범죄 액션 영화 '특송'(2022)의 각본을 맡기도 했다.

'드라이브'는 액션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도 높은 액션 장면도 많다.

납치범은 유나를 위협하기 위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무모한 역주행을 벌이기도 한다. 이 또한 잠시라도 지루할 틈이 없게 하려는 박 감독의 연출이다.

"트렁크라는 좁은 공간의 답답함과 압박감으로 이야기를 끌어간 만큼 적당한 시점에서 시원하면서 박력 있는 개방감을 선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그다음에 다시 이어질 트렁크의 압박감과 스릴을 끌어올리는 데도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죠."
'드라이브'는 제41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고 제22회 댈러스아시안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호평받았다.

브뤼셀에선 "롤러코스터 라이드 같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박 감독은 "그 말에 참 기분이 좋았다.

내 의도와 일치했기 때문"이라며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을 선사하길 기대했고, 촬영, 조명, 음악도 최대한 그런 느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는 유나 역을 맡은 박주현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박주현은 '인간수업'(2020), '마우스'(2021), '너에게 가는 속도 493㎞'(2022)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이브'에서 박주현은 긴박하게 전개되는 사건 속에서 요동치는 내면을 표정 변화로 보여주는 연기력을 발휘한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는 '아차' 싶었어요.

극 중 유나에게 요구되는 건 내공을 갖춘 40∼50대 중견 배우라야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연기인데, 유나는 20대로 설정돼 있었던 거죠. 큰일 났다는 생각에 고민하던 중에 '인간수업'을 봤는데, 박주현 배우의 에너지가 뿜어나오는 듯했어요.

저 정도의 힘이라면 믿고 맡겨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박 감독은 '드라이브'를 '패닉 룸 무비'로 분류했다.

하정우 주연의 '터널'(2016)처럼 주인공이 좁은 공간에 갇히는 사건을 그린 작품을 가리킨다.

박 감독은 "좁은 공간에 갇힌 인물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내면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박 감독은 대기업에 취업한 뒤에도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감독의 꿈을 키우다가 과감하게 그만두고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드라이브'로 마침내 감독의 꿈을 이뤘다.

데뷔작 개봉을 일주일 앞둔 그는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너무 긴장되고 떨린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새로움을 항상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