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그냥 문 앞에 버리면 된대"…'새벽 수거' 대박 터졌다

문 앞에 쓰레기 두고 앱으로 수거 요청
올해 들어 '쓰레기 수거 대행앱' 수요↑
"분리수거·세척도 필요 없어 편리"
"시간 효용성에 과감히 지불하는 소비 현상"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새벽 배송만큼 자주 써요. 골칫덩어리인 쓰레기를 신속하게 대신 버려주니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8개월째 사용 중인 '쓰레기 수거 대행 서비스'에 대해 이같이 호평했다. 박씨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정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회당 대략 1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사는 집이 그렇게 넓지 않아서 집 안에 쓰레기가 있으면 찝찝하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면 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며 "대청소, 냉장고 정리처럼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져도 4~5만원 선이면 되더라"라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리 신청만 하면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서비스가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용자는 쓰레기봉투나 미리 받은 전용 용기에 쓰레기를 담아 문 앞에 놓고 앱으로 수거 요청만 하면 된다. 그러면 업체가 전날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 사이에 이를 수거해간다. 수거된 쓰레기는 업체가 갖고 있는 폐기물 창고에서 분류된 뒤 폐기 절차를 밟는다.

이용 가격은 쓰레기 무게에 따라 책정된다. 보통 2500원 정도의 기본 요금이 붙고, 쓰레기 무게 100g 당 130~140원선이다. 다수의 수거 대행 업체들에 따르면 한 번 서비스를 이용할 때 평균적인 쓰레기 배출 무게는 3.5kg~4kg으로, 대략 8000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무게는 수거할 때 문 앞에서 직접 저울로 재고 사진을 남겨놓는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언제든 이를 확인해볼 수 있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 30대 A씨는 "평소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아기를 안고 가는 것이 부담됐다. 그래서 아기가 잘 때 다녀오거나 남편이 퇴근하면 쓰레기를 버리러 가곤 했다"며 "수거 서비스를 통해 일단 쓰레기를 집 밖에 둔다는 것 자체부터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쓰레기 수거 대행 용기 예시 / 사진=커버링, 독자 제공
직접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외에 분리수거가 필요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쓰레기 수거 대행이 아니라 '분리수거 대행'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는 쓰레기를 내놓을 때 분리수거는 물론 세척도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 중인 20대 여성 B씨는 "햄 통조림, 내용물을 다 빼내야 하는 오래된 화장품, 배달 음식 용기 등 쓰레기를 한 번에 처리했다"며 "일일이 세척하고 종류에 따라 나눠야 하는 수고가 덜어지니 귀찮은 걸 피하고 싶은 자취생으로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부터 쓰레기 수거 대행앱을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스타트업 분석업체 혁신의숲에 따르면 업계에서 가장 사용자가 많은 '오늘수거'의 월별 사용 건수는 지난해 11월 8106건에서 올해 4월 1만70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커버링' 역시 같은 기간 사용 건수가 2490건에서 4570건으로 약 62% 뛰었다.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는 오늘수거가 주말 및 공휴일과 무관하게 서울 전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1위지만, 커버링은 가정, 사무실, 건물 등 세분화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버려줄게'는 가장 낮은 기본요금(2000원)과 어떤 쓰레기 봉투라도 메모만 하면 수거해가는 서비스를 내세웠다. '빼기'와 같이 아예 대형 폐기물 수거만 전문적으로 대행하며 이용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쓰레기 수거 대행 업체 '오늘수거'의 월별 소비자 거래건수(왼쪽)와 소비자 거래지수(오른쪽). 소비자 거래지수란 해당 기한 내 소비자 거래액의 최대값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각 시점의 값을 환산하여 표기한 것이다. / 사진=혁신의숲 캡처
사실 이 같은 사업 형태는 2021년까진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었다. 당시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쓰레기 분리배출을 대행하는 서비스업이 폐기물 수입 및 운반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폐기물 처리 신고 등 여러 조건을 두고 이를 샌드박스(규제 유예)에 포함하면서 이듬해 본격적으로 여러 업체가 생겨났다.

강성진 커버링 대표이사는 "창업 첫해인 2022년 이후 꾸준히 매출이 올라 작년엔 월평균 4000만원 수준이었다"며 "그런데 올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지난 4월엔 매출이 9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올해 연 매출도 10억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실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현재까진 가정 수요가 반 이상"이라고 덧붙였다.다만 음식물, 씻지 않은 용기 등 쓰레기를 문 앞에 놓는 방식이라 이웃집에 냄새를 풍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냄새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보통 뚜껑이 달린 전용 용기를 사용하지만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거나 비닐을 묶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며 "이럴 땐 직접 서비스 이용자에게 경고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시간을 효용성있게 보내기 위한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이처럼 색다른 대행 서비스 출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단순히 이들을 게으르다는 식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 시간과 편의를 팔고 돈을 버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산업"이라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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