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 믿었는데…135억 쓸어담은 개미들 '날벼락'

허탈한 인도 ETF 투자자들

인도 집권당, 총선에서 과반 의석수 확보 '실패'
정책 추진력 약화 우려에 니프티50지수 '급락'

증권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증시 변동성 커질 것"
"인도 경제 성장 동력 굳건해 '저가 매수' 전략 유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사진=REUTERS
국내 인도 상장지수펀드(ETF)가 날벼락을 맞았다. 잘 나가던 니프티50지수의 날개가 꺾이며 ETF 가격이 급락했다. 친기업 성향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총선에서 고전한 영향이다. 증권가에선 총선 이후 인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도 시장의 매력은 변함 없어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은 최근 2거래일간 9.07% 급락했다.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도 8.33% 하락했다. 각각 이 기간 ETF 시장 하락률 1위와 2위다. 이들은 모두 인도의 대표 지수 니프티50지수를 2배로 추종한다. 당초 예상은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이 총선에서 승리였다. 출구조사 결과 BJP는 350~400석을 확보해 전체 542석 중 과반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업환경에 유리한 여건이 갖춰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니프지50지수는 3%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BJP의 의석수는 303석에서 240석으로 크게 줄었다. BJP가 과반 득표에 실패한 건 10년 만이다.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유권자가 야당 연합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해석된다. 총선 개표 당일인 지난 4일 니프티50은 하루 만에 5.9% 미끄러졌다.

모디노믹스(모디식 경제 정책) 기대감에 레버리지 ETF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됐다.올해들어 개인 투자자는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에 60억원,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에 75억원을 순매수했던 터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장 안팎에서는 인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집권 기간 모디 총리는 제조업을 육성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경제 성장에 힘썼지만, 이제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집권당은 이제 연정에 의지하게 됐으며 야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라며 "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 추진력이 약화할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회 개원 후 모디 총리와 BJP의 행보를 확인하기 전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심을 돌리기 위해 모디 정부가 투자보단 복지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복지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되며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며 "인도 경제 성장세가 꺾일 수 있고, 복지 관련 지출이 늘어나 인도 정부 재정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주가 하락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경제 성장, 인구 증가 등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인도는 2023∼20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8.2% 성장하면서 주요 경제 대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3월 분기 성장률도 연 7.8%로 시장 예상치(6.7%)를 웃돌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도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마존, 애플, 구글, 폭스콘, 마이크론, AMD,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대표 기업들은 생산망과 공급망을 인도에 구축하고 있거나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탈(脫)중국화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백 연구원은 "영어 사용, 높은 교육열, 정보기술(IT) 특화, 중산층 증가, 소득 수준 개선, 도시화 진행 등 인도의 성장 동력은 여전하다"며 "인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해 지수 ETF 등을 분할 매수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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