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벤처업계 요청' 성과조건부 주식 과세특례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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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U 제도화하는 상법개정안, 21대 국회서 폐기벤처업계가 정부에 요청해 왔던 성과조건부 주식(RSU)에 대한 과세특례 도입이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세제당국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선 먼저 법령상 근거조항부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관련 정부 기관들은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법령상 규정도 불명확한데 혜택 주긴 어려워"
5일 정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월부터 기획재정부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RSU에 대한 과세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최근 관련제도가 정비되기 전 세제 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RSU는 기업이 정한 목표 실적을 달성하거나 장기근속 등 여러 형태의 성과를 달성한 임직원에게 자사주(구주)를 주는 제도다. 국내에선 2020년 한화 그룹을 시작으로 네이버와 쿠팡, 두산 등이 RSU를 도입했다. 벤처기업들은 “단기 성과를 우선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스톡옵션과 동일한 수준의 세제 혜택을 제공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왔다. 현재 스톡옵션으로 얻은 이익은 최대 2억까지 비과세되고,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분할해서 납부할 수 있다.
기재부는 이런 요청에 대해 RSU에 대한 세부 근거 조항을 먼저 법제화해야 한다고 종소벤처기업부에 통보했다. 현재 스톡옵션은 상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서 부여 방식과 부여 대상, 부여 한도 등 사항을 규정하지만, RSU는 이런 근거 근거 법령이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RSU는 회사와 근로자 간 사적 계약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며 “명확한 법령상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과세 혜택을 준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은 RSU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RSU가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 여론 등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RSU를 제도화하는 상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