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이혼·원전…단기테마에 휘둘리는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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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석유주 일제히 내리막최근 국내 증시에 테마주 중심의 단기 순환매 장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요 종목들이 골고루 상승하기보다 유전 개발, 재산분할 소송 등 특정 테마에 수급이 쏠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벤트 종목을 따라다니기보다는 인공지능(AI)산업 등 시장의 ‘메가 트렌드’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SK㈜·원전 관련주도 급등락
주도주 없이 테마에 수급 쏠려
"뉴스쫓기식 단기 이벤트보다
AI·금리 등 메가트렌드 주목해야"
○테마주로 쏠리는 국내 증시 수급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한국가스공사는 9571억원어치 거래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순위 2위에 올랐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 기대가 커진 삼성전자(1조7820억원어치) 바로 다음이다. 이 종목은 지난주만 해도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약 40억원 수준이었는데 동해안 가스전 테마의 중심에 서며 거래대금이 폭증했다.한국가스공사뿐 아니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석유(5위·4302억원), 휴스틸(8위·2457억원)도 거래대금 상위에 자리했다. 유전 개발 테마주가 수급을 빨아들였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10.91% 상승했고 휴스틸은 19.83% 급등했다. 유전 테마주가 다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31일 종가 1만3810원에서 이날 장중 2만8100원으로 두 배 넘게 급등한 한국석유는 고점 대비 17%가량 빠진 2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전 개발이 성공하면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인식된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주는 이번주 들어서만 10%가량 하락했다.
유전 테마뿐 아니라 최근 들어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주에 거래가 쏠리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판결에 따른 재산분할 이슈로 급등락한 SK㈜가 대표적이다. SK㈜는 2심 판결 전날인 지난달 29일 종가가 14만4700원이었는데 이달 3일 장중 19만2900원으로 치솟은 뒤 5일 1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만에 30% 이상 치솟았다가 15%가량 하락해 큰 변동 폭을 나타냈다.지난달 중순에는 해외 인기가 높아지며 ‘검은 반도체’로 불린 김 테마가 뜨기도 했다. 대표적인 김 관련주 CJ씨푸드는 지난달 13일 종가 2865원에서 27일 장중 553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날 종가는 4100원으로 고점 대비 34.88% 하락했다.
○이벤트보다 메가 트렌드에 투자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테마 순환매 장세가 부진한 경기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경기가 좋으면 철강 화학 정유 소비재 등 대부분 업종이 골고루 올라간다”며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좋지 않고, 그동안 주도주였던 AI 종목은 많이 오른 상황이다 보니 테마가 있는 새로운 종목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단기 테마보다는 ‘메가 트렌드’를 좇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지속 가능성이 불분명한 이벤트성 종목에 돈을 넣기보다는 AI, 금리 인하 등 분명한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스 하나하나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은 어렵다”며 “세계 증시의 큰 축이자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미국 중심 AI 사이클 수혜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HBM 호재로 삼성전자는 2.79%, 피에스케이홀딩스는 15.15% 상승했다. 한미반도체와 테크윙도 각각 4.85%, 4.35% 올랐다.금리 인하에 대비해 성장주의 길목을 지키는 투자 전략도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하반기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재평가받을 수 있는 인터넷, 바이오, 게임 관련주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