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2019년 이후 첫 0.25%P 금리인하…美 Fed도 낮출까 [종합]

캐나다은행도 전날 0.25%P 금리 낮춰
시장 관심은 Fed의 9월 인하 여부에 쏠리는 중
사진=AFP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4.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7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1년11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섰다. 전날 캐나다중앙은행(캐나다은행)이 0.25%포인트 금리를 낮춘 데 이어 ECB까지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피벗이 본격 확산되는 양상이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4.25%,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3.75%, 연 4.50%로 내렸다고 밝혔다. ECB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제로(0) 기준금리 정책을 시작한 2016년 3월 이후 8년 3개월 만이고, 수신금리를 기준으로 보면 연 -0.5%까지 떨어뜨렸던 2019년 9월 후 4년 9개월 만이다. ECB는 통화정책 자료에서 “9개월간 금리를 동결한 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ECB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6년 넘게 제로금리를 유지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환경 영향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 4.50%는 1999년 유로존 출범 이래 최고치였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022년 연말 10%(전년 동월 대비)를 넘겼다가 지난해 10월부터는 2%대로 내려왔다.

ECB는 다만 여전히 가격 압력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금 상승률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내년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2%)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 정책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스위스중앙은행, 지난달 스웨덴중앙은행이 각각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캐나다중앙은행(캐나다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아직 금리인하를 결정하지 않고 고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Fed가 9월에는 금리를 한 단계 낮출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전문가 전망을 반영하는 CME그룹의 ‘페드워치 툴’은 9월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을 56.8%로 반영했다. 다만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의 비중(31.4%)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데이터가 경기에 대해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어 아직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라는 Fed 내 신중론이 완전히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다음은 ECB가 발표한 통화정책 결정문 전문 번역.

ECB 통화정책 결정 - 2024년 6월 6일

"오늘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는 세 가지 주요 ECB 금리를 25bp(0.25%) 인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최신 평가, 기초 인플레이션의 동향, 통화정책 전파의 강도를 바탕으로 9개월간 금리를 동결한 후 통화정책의 제한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2023년 9월 이사회 회의 이후, 인플레이션은 2.5%포인트 이상 하락하였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현저하게 개선되었습니다. 기초 인플레이션도 완화되면서 가격 압력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강화되었고, 모든 기간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감소했습니다. 통화정책은 금융 여건을 제한적으로 유지했습니다. 이는 수요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확고하게 유지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다시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동시에, 최근 몇 분기 동안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 압력은 임금 상승률이 높아 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로시스템 직원들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의 헤드라인 및 핵심 인플레이션이 3월 전망치에 비해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직원들은 이제 2024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평균 2.5%, 2025년 2.2%, 2026년 1.9%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및 식품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은 2024년 평균 2.8%, 2025년 2.2%, 2026년 2.0%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은 2024년 0.9%, 2025년 1.4%, 2026년 1.6%로 예상됩니다.이사회는 인플레이션이 중기 목표인 2%로 적시에 돌아오도록 보장할 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 정책 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것입니다. 이사회는 데이터 기반 및 회의별 접근 방식을 계속 따르며 적절한 제한 수준과 기간을 결정할 것입니다. 특히, 금리 결정은 향후 경제 및 금융 데이터, 기초 인플레이션의 동향, 통화정책 전파 강도를 고려한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사회는 특정 금리 경로를 사전에 약속하지 않습니다.

오늘 이사회는 또한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 하에 유로시스템의 증권 보유량을 올해 하반기 평균적으로 매월 75억 유로씩 줄이겠다는 결정을 확인했습니다. PEPP 보유량 감소 방식은 자산 매입 프로그램(APP)에서 따랐던 방식과 대체로 일치할 것입니다.

주요 ECB 금리

이사회는 세 가지 주요 ECB 금리를 25bp 인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재융자 운영 금리와 한계 대출 금리 및 예금 금리가 각각 4.25%, 4.50%, 3.75%로 인하되며, 2024년 6월 12일부터 적용됩니다.

자산 매입 프로그램(APP) 및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

APP 포트폴리오는 유로시스템이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의 원금을 재투자하지 않음에 따라 측정되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2024년 6월 말까지 PEPP 하에 매입한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의 원금을 전액 재투자할 것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PEPP 포트폴리오를 평균적으로 매월 75억 유로씩 줄일 것입니다. 이사회는 2024년 말에 PEPP 재투자를 중단할 예정입니다.

이사회는 PEPP 포트폴리오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의 재투자에 있어 유연성을 계속 적용하여 팬데믹과 관련된 통화정책 전파 메커니즘의 위험을 방지할 것입니다.

재융자 운영 은행들이 목표 장기 재융자 운영(대출 프로그램) 하에 차입한 금액을 상환함에 따라 이사회는 목표 대출 운영 및 이들의 지속적인 상환이 통화정책 입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이사회는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로 돌아오고 통화정책 전파의 원활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염 보호 도구는 모든 유로 지역 국가에서 통화정책 전파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불필요하고 무질서한 시장 역학을 방지하기 위해 제공됩니다. 이를 통해 이사회는 가격 안정성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제약적 통화정책 불필요”

한편 캐나다은행은 ECB가 금리를 내리기 하루 전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5.00%에서 연 4.7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만에 금리를 내리며 G7 중 처음으로 피벗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캐나다는 코로나19로 경기 둔화 위험성이 커진 2020년 초 금리를 0.25%까지 끌어내린 뒤 한동안 물가 상승으로 몸살을 겪었다. 2022년 3월 캐나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7% 급등하자 금리 인상을 시작하며 부랴부랴 긴축정책에 나섰다. 캐나다은행은 작년 7월까지 총 열 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5.00%로 끌어올렸고 이후 약 11개월간 금리를 이 수준에서 유지했다.

가계와 기업 부채 규모가 커 금리 인상은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물가상승률은 빠른 속도로 내려앉았다. 목표치 2%를 앞두고 ‘라스트 마일’ 구간에서 ‘끈적끈적한 물가상승률’과 다투고 있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중반 이후 비교적 꾸준하게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석 달 연속으로 3%를 밑돌았다. 여전히 목표치(2%)보다는 조금 높지만 내림세가 계속되는 점은 캐나다은행에 금리를 인하해도 좋다는 확신을 줬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증거가 나오면서 더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이어지고 있어 통화정책이 제약적일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캐나다은행이 올해 세 차례 남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더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매클럼 총재는 통화정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완화세를 이어가고 목표치인 2%를 향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우리의 확신이 더 커진다면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를 더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은 매우 점진적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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