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인하' 결정한 ECB 라가르드 "금리 경로 사전에 약속 안할 것"

사진=로이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4.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한 후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기간 동안 정책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금리 경로를 사전에 약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ECB는 2022년 7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1년11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섰다. 전날 캐나다중앙은행(캐나다은행)이 0.25%포인트 금리를 낮춘 데 이어 ECB까지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피벗이 본격 확산되는 양상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9개월간 금리를 동결한 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초인플레이션이 완화됐고, 가격 압력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커졌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모든 기간에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화정책이 금융여건을 제한해서 수요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ECB가 이번 금리인하를 결정한 배경이다.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는 향후 금리인하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물가가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몇 분기 동안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압력은 강한 임금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CB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6년 넘게 제로금리를 유지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환경 영향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 4.50%는 1999년 유로존 출범 이래 최고치였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022년 연말 10%(전년 동월 대비)를 넘겼다가 지난해 10월부터는 2%대로 내려왔다. 앞서 지난 3월 스위스중앙은행, 지난달 스웨덴중앙은행이 각각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캐나다중앙은행(캐나다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아직 금리인하를 결정하지 않고 고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Fed가 9월에는 금리를 한 단계 낮출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전문가 전망을 반영하는 CME그룹의 ‘페드워치 툴’은 9월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을 56.8%로 반영했다. 다만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의 비중(31.4%)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데이터가 경기에 대해 혼재된 신호를 보내고 있어 아직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라는 Fed 내 신중론이 완전히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