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행정처분 안 따라"…공개 비판한 개인정보위 [정지은의 산업노트]

최장혁 부위원장, 카카오 대응 지적
“정부 판단·처분에도 가만히…맞지 않아”
카카오 “회원 일련번호 개인정보 아니다”
개인정보위, 日 라인야후 질의엔 답 안하기로
사진=한경DB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카카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오픈채팅 이용자 개개인에게 유출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행정소송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카카오, 맞지 않는 처사”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오픈채팅 사안을)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판단하고 처분을 내렸는데도 카카오는 아직까지 가만히 있다”며 “맞지 않는 처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개인정보위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개인정보위는 지난달 23일 오픈채팅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4196만원, 과태료 78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지할 것을 시정 명령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정보를 유출한 적 없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최 부위원장은 “카카오가 이용자에게 통지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법상 행정 행위에는 ‘공정력’이 있기 때문에 다툴 문제가 있다고 해도 행정처분은 일단 따라야 한다”며 “세금도 부과되면 납부는 한 뒤에 소송하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력은 하자가 있는 행정행위여도 무효가 아닌 한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기 전까지 유효한 것으로 통용되는 효력을 일컫는다. 행정기관의 판단을 무시할 수 없도록 한 장치다.

○카카오 “개인정보 유출 아니야”

최 부위원장은 “회원 일련번호가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카카오 측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정보 개념은 계속 바뀌고 있다”며 “자동차 차대번호만으로는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지만 법원은 2019년 차대번호 유출 역시 개인정보 유출로 봤다”고 설명했다.개인정보위에 따르면 해커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참여자 정보를 알아내 ‘회원 일련번호’를 매개로 여러 정보를 결합한 뒤 개인정보 파일을 생성해 판매했다. 최소 696명 정보가 유출됐다고 개인정보위는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원 일련번호는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로 볼 수 없다”며 “행정소송으로 법원 판단에 맡긴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최 부위원장은 “국민의 대표 SNS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기업 스스로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을 예상하고 보호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 3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LG유플러스에 부과한 과징금(68억원)에 비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LG유플러스는 오래된 것이어서 기록이 많지 않았고 유출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카카오는 해당 플랫폼에서 나오는 매출이 많아서 과징금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에 특별히 강한 규제를 적용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日 라인야후 질의 회신 안 한다

지난 4월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보낸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 관련 질의에 대해선 회신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공식 문서 형태가 아닌 실무자 단계의 연락 정도였고 굳이 답변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며 “한일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추가 액션이 꼭 필요하냐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개인정보위는 ‘네이버 클라우드를 조사한 적 있느냐’, ‘일본 개인정보위가 조사를 요청하면 한국 개인정보위가 받아들이겠느냐’ 두 가지를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위원장은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 태무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실태 조사 결과를 이달 말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알리, 태무가 외국 회사여서 로펌을 통해 열심히 조사하고 있다”며 “SK텔레콤 플랫폼 ‘에이닷’에 대해서도 이달 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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