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늬만 국산 화장지 못 참아"…결국 들고 일어났다

국내 제지업계 글로벌 '공룡' 고발
국내에는 총 11개 화장지 원단 제조사가 공장을 돌리고 있다. 대왕페이퍼, 삼정펄프 등 중소 규모 업체들이 저가 외국산 공세에 밀려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북 군산에 있는 대왕페이퍼 생산현장. /한경DB
외국산 공세에 시달려온 국내 화장지 원단업계가 5일 인도네시아 제지회사인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를 대외무역법(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관세청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국의 원산지표시제 허점을 이용해 위생용지 시장을 잠식해온 해외 업체에 대한 첫 법적 대응이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대왕페이퍼, 대원제지, 삼정펄프 등 6개 화장지 원단 제조사는 APP의 한국법인인 그랜드유니버셜트레이딩코리아(GUTK)를 고발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는 화장지 원단이 국내에 들어온 뒤 절삭·지관(심지) 삽입 등 간단한 가공 과정만 거쳐 ‘대한민국산’으로 둔갑해 버젓이 팔리는 데 대해 국내 업계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국내 화장지 원산지 표기는 가공제조원만 표시한다. 원단이 국내에서 생산됐든, 해외에서 생산됐든 가공만 국내에서 이뤄지면 국내산이 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운 환경 규정을 거쳐 생산하는 국산 화장지 원단과 달리 외국산은 이 과정이 생략된 채 국산보다 20% 싼 가격에 수입된다”며 “소비자를 속이고 국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어 고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PP는 인도네시아 대기업 시나르마스의 제지·펄프 계열사로 글로벌 10위권 회사다. 지난해 국내 화장지 원단 수입 물량(15만t) 중 73%(11만t)가 APP 생산품이다. 지난 4일 국내 화장지 업체 모나리자와 쌍용C&B(코디)를 동시에 인수하며 거침없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