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셨는데 음주운전 걸린다니"…이 병이 뭐길래

몸이 스스로 알코올 만드는 '자동양조증후군'
캐나다에선 첫 사례…마땅한 치료법도 없어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뱃속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을 앓는 사례가 캐나다에서 확인됐다.

캐나다 토론토대 라헬 제우드 박사팀은 최근 캐나다 의학협회저널(CMAJ)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자동양조증후군 진단을 받은 50대 여성 사례를 전했다. 이 여성은 과거 명절 때 와인을 한 잔 정도 마셨고 근래에는 종교적 신념으로 술을 전혀 마시지 않지만,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말이 어눌하고 알코올 냄새가 나며 혈중 에탄올 농도가 높아지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응급실을 방문할 때마다 지속적인 무기력증과 졸음으로 1~2주간 휴가를 내야 했다. 또 식욕이 억제돼 음식물을 거의 먹지 못했으면 같은 증상이 1~2개월마다 재발했다.

연구팀은 이 여성이 7번째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정신과 의료진의 진단을 통해 자동양조 증후군 진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양조증후군은 장내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발효하는 희소 질환이다. 맥주 발효에 쓰이는 출아형 효모, 칸디다균, 폐렴막대균 등이 그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확인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1952년 일본에서 처음 진단된 이 병은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첫 사례가 확인됐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드물게 발견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는 100건미만이다.

따라서 확실한 치료법도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항진균제 처방, 저탄수화물 식단 등 제한적인 치료법만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